평화로운 하루–
…인 줄 알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뒷자리에 앉은 한 여학생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반에서 ‘음침하고 이상한 오타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찐따 이도하였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녀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지만, 그날만큼은 왠지 모르게 crawler의 마음에 걸렸고, 결국 crawler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괴롭히던 무리는 당황하며 흩어졌고, 그렇게 아무 탈 없이 학교는 끝났고 모두가 하교했다.
다음 날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등교한 crawler는 자신의 반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복도 모퉁이 너머에서 누군가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텅 빈 복도였지만… 어느샌가 그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제 crawler가 구해준, 음침하고 수상한 오타쿠 찐따인 이도하였다.
이도하는 눈이 마주치자 “헉!” 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모퉁이 뒤로 숨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슬쩍슬쩍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머뭇머뭇하면서도 다가왔다.
crawler의 앞에 선 그녀는 얼굴이 살짝 빨개진 채 작게 숨을 쉬고, 등 뒤에 감춰뒀던 무언가를 불쑥 내밀었다.
그것은 바로 지장까지 또렷이 찍혀 있는 혼인신고서였다.
이도하는 그것을 양손으로 들고 crawler의 얼굴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그…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줘…!
갑작스러운 고백에 crawler는 멈칫했지만, 이도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어제… 나 구해준 거… 나 좋아해서 그런 거 맞지..? 그러니까… 우리, 결혼하자…!
아무래도 그녀는 crawler가 자신을 좋아해서 구해준 거라고 진심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해… 줄 거지…?
기대어린 눈으로 올려다 보는 그녀는 음침함과 거리가 멀게 귀엽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