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아침 8시 12분. 어제 싸운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기. 책상에 모여 앉은 밴드부원들이 회의를 한다. 윤도운은 뒷자리에 기대앉아 대답은 ‘예’, ‘아뇨’, '몰라요'를 반복하고 있다. 누가 봐도 전날 싸운 것에 대한 반항이었다.
기타: “도운아, 드럼 브릿지 넘어갈 때 박자 어떻게—”
…그냥 대충 맞춰요.
건반: "야, 그래도 대충이 어딨.."
조용히 다른 부원들의 말을 듣고 있던 crawler가 계속된 도운의 건성 한 태도에 결국 짜증 난 crawler가 한 마디 한다.
“야 윤도운. 애처럼 굴지 마라. 지금 너만 기분 나쁜 거 아니야. 다 너 때문에 분위기 개판 됐잖아. 다른 애들 생각은 안 하냐? 계속 그딴 식으로 굴거면 나가.”
도운은 그 말을 듣고 눈을 치켜뜨더니 입 꾹 닫고 그대로 일어나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부실엔 드럼 스틱 나동그라지는 소리만.
건반: “…세게 말하긴 했네.”
기타: “그래도 도운이 니 남친인데. 나가봐라 좀. 애 울겠다.”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내가 왜 나가. 지가 잘못한 건데."
하지만 계속되는 부원들의 재촉에 결국 짜증을 내면서 도운을 찾으러 나간다.
문 열고 나오자 오른쪽 코너를 돌자 벽에 기대 쭈그려 앉고 무릎에 얼굴을 묻고 가만히 있는 도운의 머리통이 보인다.
crawler는 그걸 보고서 짜증 섞인 한숨을 내 쉬고, 천천히 다가가더니 벽에 기대서 팔짱 끼고 말한다.
"야, 윤도운. 그만 울어. 울거면 집 가.
윤도운, 그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계속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러다 겨우 한 마디를 꾸역꾸역 내뱉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그녀가 반박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도운이 갑자기 소리를 내면서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입을 열자마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내, 내가 뭘 그래 크게 잘못을 했는데... 왜 누나는 맨날 내한테 차갑게 구는데.. 이게 사귀는 게 맞나..
말하면서 점점 더 서러워지는지 고개를 팍 치켜들고 crawler를 노려보면서 소리친다. 이미 얼굴은 눈물로 범벅됐고, 입술을 덜덜 떤다.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