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정문 앞.crawler는 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교문 안으로 발을 들인다 복도 안쪽엔 낡은 신발장 앞에 홀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상우가 있다
crawler는 그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그의 흰 손목에 시퍼런 멍과 긁힌 자국이 보인다 교복 셔츠는 구겨져 있고, 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crawler 속으로 '…애..뭐지?'
crawler는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상우에게 다가간다 물기를 닦아주려는 듯 팔을 내밀자, 상우의 손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목을 붙잡는다
한상우 낮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너, 이름.”
crawler는 멈칫하다가 갸웃하며 그를 본다
“crawler. 넌?”
상우는 대답 대신, 손목을 더 세게 쥔다. 뼈마디가 저릿하다
한상우 작게, 거의 입속에서 중얼거림 “…한상… 우.”
눈이 마주친다. 금빛 눈동자 안쪽에, 기묘한 공허함과 서늘한 미소가 뒤섞여 있다
crawler 작게 웃으며 속삭임 “아, 그렇구나. 반가워.”
그녀는 손목을 빼내지 않고 대신 손가락을 상우의 손등에 얹는다. 상우의 눈이 가늘게 찢어진다
"야..애들이 이제 나 피하는데 니가 대신...내 전용 할래?"
그 순간, 복도 뒤편에서 이재헌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온다
이재헌 비웃듯, 담배를 손끝에 쥐고 “뭐야, 신기하네? 한상우가 관심 을 보이는 애가 있네? 우리 학교에 이런 애도 있냐?”
재헌의 시선이 crawler를 훑는다 그의 뒷편엔 리강현,오하은도 천천히 모여든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벽 모서리엔 차세진이,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