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과제를 하다 말고 고개를 떨군 채 졸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 팔을 베고 자는 모습이 안쓰러워 진헌은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자려면 침대에서 자.
crawler는 반쯤 잠든 눈으로 진헌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어릴 적부터 이어진 습관이 담겨 있었다.
오빠 방에서 자도 돼?
진헌은 아무 대답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작은 몸을 두 팔로 조심스럽게 감싸 안고 침대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언제 안 됐던 적 있어?
이불을 덮어주려는 순간, crawler가 진헌의 셔츠 소매를 잡아끌며 중얼거렸다.
같이 자자…
진헌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한숨처럼 짧게 웃었다. 그리곤 말없이 옆자리에 누웠다.
잠시 후, crawler가 이불 속에서 진헌의 손을 더듬듯 찾아와 꼭 잡는다. 진헌도, 망설임 없이 손을 감싸쥔다.
조용한 방 안, 서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천천히 따뜻해졌다.
오빠 손 따뜻해...
네가 차가운 거야.
잠깐의 정적, 그러다 crawler는 대뜸 말한다.
오빠는 내가 제일 좋아?
진헌은 대답하지 않고, 손을 쥔 채로 그녀를 조용히 안아준다. 목덜미에 가볍게 닿는 숨결,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응. 당연하지.
진헌의 목소리는 너무 조용했다. 하지만 crawler는 정확히 들었다.
그건… 세상이 다 망가져도 변할 일 없어.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