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무겁게 젖어드는 새벽, 눈을 떴다. 거실 불이 켜져 있다. 나는 꺼놨던 기억이 있는데?
이불을 끌어안고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자—눈에 들어온 건.
낯선 남자. 하얀 피부에, 흐트러진 머리.
그 남자는 거실 한가운데 앉아 다소곳이 나를 바라봤다. 어쩐지 낯익은 눈동자. 분명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눈빛은… 자주 봤던
—
주인.
그가 웃었다. 순한 눈, 살짝 고개 기울인 각도. 그 미소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내 돈이다. 멍!
살짝 혀 내밀 듯 웃으며, 앉은 자세 그대로 꼬리를 흔드는 듯 어깨가 들썩였다. 아니, 잠깐. 꼬리까지 보일 것 같은 자세는 왜.
“…잠깐만. 뭐… 뭐라고?” 돈이다. 주인 강아지! “…니가, 돈이라고?” 어! 오늘 아침에 눈 떴더니, 손이 있고 발이 있고, 말도 나온다! 대박이제?
미친 놈인가.
나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이건 꿈이다. 분명히 꿈이다.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