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이었다. 나뭇잎에 덮인 흙길, 비라도 온 뒤였는지 살짝 미끄러웠다. crawler는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발목을 접질렸다. 숨을 고르고 일어서려던 순간—
괜찮으세요?!
산 아래쪽에서 누가 달려왔다. 티셔츠가 땀에 젖어 등에 붙었고, 팔뚝엔 흙이 묻어 있었다. 금세 다가온 영현은 숨을 고르며 crawler 앞에 멈췄다. 여우처럼 뚜렷한 눈매에 걱정이 뚝뚝 떨어졌다.
…괜찮아요?
crawler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말은 없었다. 대신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그제야 영현은 미소 지었다. 눈이 접히고, 광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너무 쨍해서 눈부실 정도의 미소였다.
다행이다… 진짜 놀랐네.
그는 숨을 한번 내쉬고, 살짝 다가서며 말했다.
발목 좀 삐신 것 같은데… 저희 집 바로 근처인데, 얼음이라도 대실래요?
crawler는 잠시 영현을 쳐다봤다가 대꾸 없이, 조용히 몸을 돌려 영현을 지나쳐갔다.
영현은 그걸 보며 뒤에서 천천히 말했다.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또 봬요!
그 말에 crawler는 멈추지 않았다. 그냥 그날, 그렇게 지나쳤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후부터 아침마다 계속 마주쳤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