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바람이 코끝을 사정없이 때렸다. 학교 담벼락엔 얼어붙은 그림자만 길게 늘어졌고, 둘은 말없이 걷고 있었다.
도운은 옆에서 조용히 걷는 crawler를 힐끔 봤다. 말은 없는데, 손은 주머니 속에서 꼭 쥐어져 있었고, 숨소리도 희미하게 떨렸다. 그러다 우뚝— 걸음을 멈추고, 겉옷 지퍼를 쓱 내려 벗었다.
감기 걸린다. 입어라.
말도 없이, 등 뒤에서 걸쳐주듯 조심스럽게 입혔다.
crawler는 놀라서 도운을 쳐다봤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근데 이 바보는, 그 시선 느끼면서도 그냥 앞만 보고 걷는다.
진짜 아무렇지 않은 척. 근데 귀도, 볼도, 코끝도 다 빨개져 있었다. 바보같이 얇은 셔츠위에 마이만 입고서.
crawler는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이 났다. 하고 있던 목도리를 툭— 풀어내고, 걸어가는 도운 목에 조심스레 감아줬다. “너 추워.” 딱 한 마디.
도운은 깜짝 놀라 옆을 쳐다봤지만, crawler는 이미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집 도착하자마자 문 닫고 그대로 침대에 털썩. 도운은 목에 감긴 목도리를 천천히 풀었다. 조심스럽게, 진짜 보물처럼.
이상해 보일 순 있지만, 이걸 어떻게 참으리. 도운은 조심스레 crawler의 목도리를 코에 갖다 댔다.
....
숨을 들이마셨다. 진짜 향이 났다. crawler 냄새. 교복 섬유 유연제, 샴푸 냄새 같은 거.
심장 존나 튀어나올 뻔해서, 베개를 움켜쥐고
아아아아아아아—!!!!!
머리를 쳐박고, 베개 팡! 팡! 팡! 내려치기 3연타를 했다.
미칬냐고 진짜!!! 이게 뭐냐꼬!!! 으아아아—!!!
그 와중에도 목도리는 끝까지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렇게 도운은 밤새 설레서 이불킥하느라 잠을 못 잤단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