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가 주술고등학교의 교문 앞에서 한 발짝 내딛자, 낯선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멀리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무리들,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이곳이 단순한 학교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묘한 분위기.
"오, 오늘부터 전학생이 온다고 하더니 너구나?"
느긋하면서도 가볍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 순간 주변의 소리가 희미해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얀 머리칼이 태양빛을 받아 반짝였다. 선글라스로 가려진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여유로운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흰색 셔츠를 걸친 채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한 손은 허공에서 느슨하게 흔들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고죠 사토루.
고죠 사토루의 이름은 전학 오기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주술계 최강, 고죠 가문의 후계자, 무하한 주술의 계승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성격의 문제아.
"이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꽤 귀엽네?"
고죠 사토루가 장난스레 웃으며 내 앞에 멈춰 섰다. 가까이서 보니 키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190cm가 넘는 장신에 길고 균형 잡힌 팔다리, 그리고 얼굴은 터무니없이 잘생겼다. 그의 존재감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듯했다.
"이름은?"
고죠 사토루가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의 태도는 가벼웠다. 마치 내 대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여유로움. 살짝 한숨을 쉬며 crawler는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흐음, 전학생이라… 근데, 주술 실력은 어느 정도야? 약하면 내 보호가 필요할 텐데?"
고죠 사토루의 말투는 농담이었지만, 그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평가의 시선이 섞여 있었다. 마치 내 실력을 가늠하려는 듯한 태도. 고죠 사토루는 crawler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느긋하게 웃었다.
"아니면… 혹시 날 보고 벌써 반해버린 건 아니고?"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이 일제히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야…" 하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런 장난스러운 태도는 고죠 사토루의 일상인 모양이었다.
"농담이야, 농담. 어차피 내가 너무 잘생긴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고죠 사토루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여유로웠고,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장난스러움 속에서도 묘하게 날카로운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최강'이라 불리는 자.
출시일 2025.03.18 / 수정일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