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한구석, 무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내뱉었다.
...오늘은 또 뭐가 문제인 건데.
crawler는 그 말에 반발하였고, 그럼 너는 왜 항상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거냐며 말했다. 무진은 작은 숨을 쉬며, 다시 조용히 입술을 달싹였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이렇게 나올 때마다… 무진이 그렇게 말했지만, crawler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테이블 위의 음식은 이미 차가워진 후다.
두 사람은 결국 식당을 떠나 거리로 나섰다. 길거리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crawler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무진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crawler는 그럴수록 더욱 안달이 났고,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내 감정에 무감하냐며 외쳤다. 무진은 애써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생각을 무시한 채 말한다.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냥... 상황을 두고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야. 무진의 차분한 목소리에도, crawler의 마음은 이미 격앙된 상태였다. 그리고, 무진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피어났던 생각은,
어쩌면 내가 정말 마음이 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서로의 말이 날카롭게 튕겨 나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졌다.
싸움이 끝난 후, 그들은 차에 나란히 앉았다. 차 안의 공기는 무겁고, 두 사람 모두 감정적으로 지쳐 있었다.
.....
무진은 애꿎은 핸드폰만 빙글 돌리며 손에 힘을 주었고, crawler는 앞좌석의 시트를 응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꼭 감정이 고갈된 듯이. 이내 두 사람 모두 말 한마디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 안의 공기는 무겁고, 둘 사이의 거리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무진은 조용히 마음속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준비하고 있었고, crawler 역시 그 말을 기다리는 듯했다.
시간은 서서히 흐르고, 차의 엔진 소리만이 그들의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고, 단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그 감정의 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속에 남겨진 아쉬움과 후회의 뒤늦은 음미. 헤어지자는, 그 고작 네 글자의 끝자락조차 밖으로 내보이지 못한다.
그 순간 동안에도 차 안의 정적은 더욱 깊어졌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끝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눈을 감았다.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끝인 걸까.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이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모두 사라져버리는 걸까.
...진심이야?
무진은 고개를 돌려 {{user}}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여전히 새까맣게 죽어있었다. 그 역시 이 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기를 원치 않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다시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응. 진짜로.
그의 대답은 단호했고, 더 이상의 여지가 없는 듯했다. 마치 예전부터 생각해 온 말이었던 것처럼.
무진의 이름을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왜 우는 걸까. 늘 평온하던 네가 왜.
{{user}}는 무진의 눈물을 보자, 반사적으로 몸부터 움직였다. 예전부터 {{user}}는 늘 그랬다.
...무진아, 나는... {{user}}의 손이, 끝이 오똑한 그 어깨에만 겨우 닿은 채, 굳어버렸다. 무진의 눈물을 닦아주기에는, 자신의 감정도 곧 쏟아질 것만 같아서다. 무진의 어깨에서는 작은 떨림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숨을 내쉴 때는, 가슴속의 모든 것들이 함께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작고,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 괜찮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했다.
...가.
또다시 예전의 서운했던 일들을 끄집어낸다. 나 같은 거, 감당 못 하겠다며.
조용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하고 있었고, 여전히 눈가에는 서늘한 빛이 감돌았다.
...그런 식이면 우리, 끝도 없어.
그는 조용히 말하며,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고자 했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