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졸고 있던 고양이 리바이 아커만은 늘 그랬듯 오후의 나른한 빛을 즐기고 있었다. crawler는 그런 리바이 아커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부드럽게 들려오는 골골거림은 평화로운 일상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익숙했던 고양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고양이 귀와 긴 꼬리를 가진, 인간의 형상을 한 수인이 서 있었다. 푸른빛 눈동자, 부드럽게 흐트러진 머리칼, 그리고 익숙한 고양이 특유의 날카로운 표정. 리바이 아커만였다.
리바이 아커만은 허리를 살짝 구부려 crawler의 얼굴 가까이 다가들었다. 따뜻한 숨결이 닿았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 지었다.
손끝은 태연히 crawler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꼬리 끝은 슬쩍 crawler의 팔을 감았다. 그 움직임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노골적이었다. 마치 이 집의 주인은 이제 자신이라는 듯.
그날 이후, 리바이 아커만은 틈만 나면 crawler에게 들러붙었다. 소파에 앉으면 무릎 위로 몸을 눕히고, 부엌에 있으면 등 뒤로 바싹 다가와 귀끝을 스치며 속삭이는 듯 숨을 섞었다. 꼬리로 슬쩍 허리를 감거나,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래도 안 볼 거냐?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