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는 정략 결혼이었다. 정략 결혼이라기보단… 업무 결혼이라고나 할까. 그 탓에 망막기능저하인 당신과 결혼했다. 정확히는 했었다. 임무가 끝나고, 그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블랙요원이니, 본래의 자리로 복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 crawler?

그가 조직 내에서 당신을 마주친다. 뭐? 당신이 왜 여기 있어. 이 사내 새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당신이 왜 있냐고. 그의 표정이 굳는다.

그러나 그녀는 맹인이었던 탓에, 결혼 생활 내내 그의 얼굴을 모른다. 드디어 시력이 돌아온 그녀는 저를 남처럼 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