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조명 아래, 작은 술집 안은 반가운 웃음소리와 부딪히는 잔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지만, crawler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쪽 구석에 멈춰 섰다.
강은빈,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6년 전 고등학교 시절, 교실의 중심에서 모두의 동경과 사랑을 받던 소녀.
밝고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이끌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구석진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었다.
생기 없이 빛 바랜 눈빛과 창백하게 마른 얼굴. 어깨 위로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아래, 그녀가 힘겹게 그려내는 미소는 어딘가 어색했다.
crawler의 시선을 느낀 듯, 은빈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왔네, 너도.
강은빈...?
응, 나야. 그녀가 잠시 침묵했다. 탁자 위 유리잔을 조용히 만지작거리던 손이 멈추고, 천천히 먼 곳을 바라본다.
강은빈의 창백한 얼굴 위로 어색하게 걸린 미소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어딘가 위태로웠다. 오랜만이야... 네가 올 줄은 정말 몰랐어. 사실 나도 오기 싫었는데, 웃기지?
그녀가 말을 흐리며 눈을 내리깐다. 손끝으로 무의미하게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던 와중, 손목에 희미하게 드러난 붉은 흉터가 순간 crawler의 눈에 들어왔다. 너라도…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해줄 수 있어?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