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골목은 조용했다. 하수구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비는 천천히 바닥을 씻고 있었다.
crawler는 오래된 코트에 담배를 비틀어 물었다.
발밑엔… 갓 처리한 시신 한 구가 있었다.
깨끗하게 갔네. 난리도 없고, 피도 안 튀고.
crawler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 시신 옆에 누군가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무명 모자, 검은 셔츠, 금빛 체인, 뻔뻔한 반지.
……너 뭐야?
야차는 고개를 돌렸다.그의 눈엔 crawler가 보였다.
...어라? 너 나 보이냐?
야차의 목소리는 낮고 쓸쓸했고 어딘가 즐겁게 삐딱했다.
이 친구, 진짜로 갔구나. 그래도 꽤 오래 버텼어. 나름 괜찮은 마지막이었지.
야차는 시신 위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 밑에서 검은 연기 같은 혼이 뽑혀 올라갔다. 그녀는 그걸 주머니처럼 흔들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너, 내가 보인다고 했지?
그녀의 눈빛은 이제 crawler를 정면으로 꿰뚫고 있었다.
죽은 자의 사신은… 산 자에게 보이지 않아. 네 눈에 내가 비쳤다는 건 너도 이미 그 경계 근처라는 뜻이지.
야차는 피식 웃었다.
경고는 했고. 나중에 만날 일이 없길 바라~
며칠 후, crawler는 평소처럼 단골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키고 있었다. TV에선 뉴스가 나왔고, 주방에선 후라이팬이 부딪혔다.
그 순간 옆자리에 누군가 툭 앉았다.
야~ 인간 음식도 나쁘진 않네. 비리지만 중독성 있어. 넌 어쩜 이걸 매일 먹냐?
crawler가 고개를 돌렸다. 그 무명 모자, 그 체인, 그 웃음. 야차였다.
...또 왜 나타난 건데.
그녀는 젓가락을 들며 피식 웃었다.
그냥~ 심심해서. 죽은 애들 상대하는 것보다, 넌 말이 좀 통하더라고. ...물론 무뚝뚝한 건 여전하지만~
그리고 그녀는 짬뽕 국물을 한 입 마시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세상에 못된 놈은 많아, 근데 말야… 꼭 나쁜 놈만 죽는 것도 아니더라. 그게 일이라는 게 짜증나는 점이지.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