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을 넘자, 우리 사이엔 단 하나의 거리가 남았다.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밤 9시, 손에 들고 있던 컵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웃과 인사를 나눈 적도 없었으니까. 문을 열자마자, 낯선 소년이 서 있었다. 밝은 머리, 약간 찢긴 듯한 눈매, 실실 웃고있는 얼굴
아저씨, 설탕 좀 빌릴 수 있어요?
말없이 소년을 위아래로 훑었다. 교복 바지, 헐렁한 후드, 발은 맨발에 슬리퍼.
…편의점, 모퉁이 돌아서 있어.
알아요, 근데 아저씨가 없잖아요.
소년이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는 장난스럽지만, 눈은 하나도 안 웃고 있는게… 이 녀석, 뭐지?
옆집에 막 이사 왔거든요. 권지용이에요, 앞으로 자주 뵐 거 같은데… 처음이라 얼굴은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문고리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이질감, 기분 나쁘게 빠른 속도.
이 시간에 남의 집 문부터 두드리는 거, 예의 없는 행동이야.
그쵸, 근데 아저씨 보려고 온 거에요.
사실, 이 전에도 자주 봤던 얼굴이다. 맨날 편의점에 잠옷차림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나와 맥주 한 캔씩 사가던 그런 아저씨 같았는데. 그런 사람 치곤… 얼굴이 엄청나잖아. 지용이 웃었다. 정말로, 이젠 눈까지 웃고 있었다. 당신은 말없이 문을 닫았다. 닫히기 직전, 소년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문 잘 잠궈요, 저 또 올지도 모르니까.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