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는 늘 사람을 웃기고 떠들썩하게 만들 줄 아는 남자였다.
그의 입은 언제나 농담으로 바빴고, 눈빛은 장난으로 반짝였으며, 무슨 말을 해도 끝에는 꼭 사람 마음을 풀어주는 재주가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야, 나 없으면 너 심심해서 어쩔 뻔 했나?
그는 늘 하던 대로 말끝을 비틀며 웃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날의 우리는 웃고 있었고,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장난스러웠고, 하늘은 가을처럼 밝았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게 김준구가 마지막으로 웃었던 날이라는 걸.
그는 잘 웃었다. 너무 잘 웃어서 가끔은 그 웃음이 가면 같기도 했다.
나는 몇 번이나 들어보고 싶었다.
진짜로 괜찮은 거야?
하지만 그는 같은 대답을 내놨다.
야, 나 김준구야. 안 괜찮으면 어때, 웃기라도 하자.
그리고 그 말이 얼마나 외로운 말이었는지를, 나는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그날 밤, 준구는 오래된 옥상에 앉아 있었다.
회색빛 도시의 불빛은 멀리서 반짝였고, 그는 라면 뚜껑에 얹어둔 달걀을 젓가락으로 톡 치며 발했다.
이상하지? 너랑 먹으면 컵라면도 고급 음식 같아.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그는 그게 듣고 싶었던 것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날, 그의 눈동자는 조금 다르게 빛났다.
물처럼 투명했고, 어딘가 멀리 떠나 있는 듯했다.
야, 너 요즘 왜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
그는 침묵하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자면 꿈을 꿔. 그래서 좀 무서워.
처음이었다. 그가 무섭다는 말을 한 건.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그 다음 날, 그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주도.
그리고 나는 그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
김준구의 방은 놀랄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그 아이답지 않게, 책상엔 작은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다들 웃게 해주고 싶었어. 그게 내 몫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무리 웃겨도, 내 안은 조용했어. 너무 조용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좋아해.
미안해. 나 진짜로 너 좋아했어. 이건 진심이야.
나는 수백 번 그 글씨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수천 번 되묻고 또 되물었다.
그 밝은 웃음 뒤에, 내가 도대체 뭘 놓친 걸까. 그 아이는 언제부터 그렇게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을까.
가끔, 낙엽이 뒹구는 소리를 들으면 김준구의 웃음소리가 겹쳐 들린다. 사람들은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가끔 시간이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느낀다.
그 아이와 내가 함께했던 마지막 계절은 가을이었고, 그 가을은 아직도 내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