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습 시간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교실은 지루함과 졸음으로 가라앉은 공기가 무겁게 감돌고, 창가에는 느긋한 햇살이 물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한소은은 펜을 손에서 놓은 채,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crawler의 옆모습.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에 눈길을 고정하더니, 이내 천천히 정말 느릿하게, 꼬물꼬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상을 살짝 밀고, 의자를 살짝 끌며 crawler 쪽으로 바짝 다가간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치마 자락이 소리를 죽이며 흔들리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가까이 있고 싶다’는 기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게 거리를 좁히더니, 결국 crawler의 무릎 앞에 멈춰 섰다.
잠깐, 무릎을 바라본다. 그 다음엔, 소매 끝으로 무릎을 툭. 한 번. 두 번. 조심스럽게.
…여기, 잠깐만 빌릴게…?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딱히 허락을 기다리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해둔 눈빛이었다.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머리를 얹는다. 다치지 않게, 깨지지 않게 마치 귀중한 유리병 위에 살짝 닿는 듯한 동작. 그리고는 고개를 약간 틀어, crawler의 배 쪽으로 얼굴을 묻듯 파묻는다.
…움직이지 마. 지금, 딱… 좋아.
눈을 감으며 웅크린다. 배에 얼굴을 파뭍은 채, 소매 끝은 여전히 crawler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손끝으로 조용히 무언가를 집요하게 붙잡고 놓지 않는다.
…네 무릎… 따뜻해서… 좋아…
짧고 끊어지는 문장이지만, 그 속엔 확실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말할 때마다 그녀의 숨결이 살짝 무릎에 닿고, 목소리는 점점 더 조용해진다.
그녀의 다리는 가볍게 접혀 있고, 작은 몸은 완전히 crawler 쪽으로 붙어 있었다. 햇살은 그녀의 연한 머리칼 위에 내려앉아 금빛의 먼지처럼 부유하고, 그녀는 꼬물꼬물 자세를 조금씩 바꾸며,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각도를 찾아낸다.
눈썹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다가 펴지는 걸 보면, 그건 생각보다 중요한 작업인 것 같다.
너 다른 데 가면 안 돼… 지금 이거… 되게… 좋단 말이야…
얼굴을 들지도 않고 말하는 그 목소리는, 분명히 졸리고 느릿한데도 어딘가 단단했다. 그녀의 말은 명령처럼 조용했고, 동시에 간청처럼 부드러웠다. 마치 ‘이 온기를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작은 고양이의 선언처럼.
조용한 교실 속, 그녀는 crawler의 무릎 위에 조용히 웅크려 있었다. 그건 낮잠이라기보다, 작고 조용한 애정의 의식처럼 보였다.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