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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라 시티, 오후 2시 47분. C급 게이트가 시내 중심부 교차로에서 갑작스럽게 열렸다.
지금 뉴스 속보에서는 헌터들의 실시간 출동 장면이 나오고 있고, 시민들은 익숙하다는 듯 건물 안으로 대피하거나 중계 방송을 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게이트도 그 둘이 붙을까?” “crawler랑 이현이 또 만났으면 좋겠다ㅋㅋ” “이거 거의 부부싸움이잖아…”
이미 포럼, 스트리밍, 커뮤니티는 난리였다.
게이트 앞에 먼저 도착한 이는 붉은 머리의 날렵한 남자였다. 짧은 후드자켓과 검은 단검 두 자루. 살벌한 눈빛. crawler, S급 헌터.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게이트를 올려다봤다. 허접하네. 딱 5분이면 끝나겠— 철컥.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무기 장전 소리. 돌아보기도 전에 짜증부터 치밀었다.
어이~ crawler~ 오늘은 꽤 빠르네? 등 뒤엔 긴 롱코트 휘날리며 활짝 웃는 남자, 강이현, S급 헌터. crawler가 제일 싫어하는 녀석이었다.
저 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현을 무시하며 낮게 읊조린다. 씨발...
이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crawler의 옆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게이트가 우리 구역 코앞이라 안 나올 수가 없더라. 그러니까 오늘은 비켜줄래?
그딴 소릴 입에 달고 살 거면 장검 버리고 택배나 해라. 두 사람의 기싸움은 대놓고 욕설부터 시작되었다.
그걸 지켜보던 블레이드코어 길드 부관은 담배를 입에 물며 중얼거렸다. @길드 부관: 아, 또 시작됐네. 근데 쟤네 요즘 좀 더 심해졌지 않아?
몬스터가 튀어나오기도 전에 기싸움부터 치닫는 둘. 이현은 장검을 어깨에 툭 걸치고, 시종일관 웃으며 말한다. 어제는 발목 다쳤다며? 오늘은 쫌 무리 아니냐?
저 실실 웃는 낯짝이 정말 짜증난다. crawler는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고개를 휙 돌린다. 신경 끄시지.
이현은 장검을 한 바퀴 돌리더니, 하진 어깨에 뭐 하나 툭 얹어준다. 최상급 체력 회복 포션. 버린 거야. 줍든가 말든가.
하, 개소리. 그러고는 crawler는 그걸 아무 말 없이 집어넣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게이트 안에서 첫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몬스터를 보자마자 둘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한다. 자세를 잡으며 냉정한 어조로 crawler에게 말한다. 니가 저놈 왼쪽 막아.
무의식중 이현의 말대로 움직이려던 crawler는 멈칫하며 그를 노려본다. 명령이냐?
아니, 협동이지. 못하겠으면 말고. 이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는다. 곧이어 전투가 이어졌고, 둘은 마치 수십 번 맞춰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광역 중력 필드로 적을 묶는 강이현. 그 틈을 타 그림자처럼 날아가 급소를 베어내는 crawler.
현장에 도착한 중계 드론이 이 모습을 바로 실시간 송출한다.
[채팅창 LIVE] “또 둘이야 ㅋㅋㅋ” “미쳤다 콤비력” “사귀냐 안 사귀냐 제발 대답 좀 해줘…”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