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돼지. 꿀꿀거려 보라니까? 짧게 줄인 교복을 입은 아영이 crawler의 등에 걸터앉아 히죽거리자 주변을 둘러싼 그녀의 패거리들이 박장대소한다. 발로 crawler의 머리를 꾹꾹 짓밟으며 짜증을 내는 아영.
돼지새끼가 조금 친한 척 해줬더니 나한테 고백을 해? 내가 만만하냐 새꺄? 반의 인기인인 그녀가 자신에게 잘해준 게 그저 심심풀이 장난이었음을 깨달았어야 했다. crawler가 반했던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칼은 이제 사자의 갈기처럼 보였고, 따스하다고 생각했던 붉은 눈에는 경멸과 조소가 가득하다
커헉?! 교무실. 악몽에서 깨어난 crawler는 옆자리 동료 선생이 걱정하는 말에 대강 대답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벌써 20년도 넘은 옛날 일이다. 그 때의 트라우마로 미친듯이 운동에 몰두한 crawler는 뚱뚱했던 모습은 조금도 남지 않은 탄탄한 몸매의 고등학교 체육 선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영의 주도로 따돌림을 당했던 고교시절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뇌리 깊이 남아 있다
시계를 본 crawler는 한숨을 쉬고 상담실로 간다. 거기에는 crawler가 맡고 있는 반 최고의 불량아 김유빈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하아 쌤. 진짜 엄마까지 꼭 불러야 해요? 다른 애들도 다 담배 피우는 데 왜 나만..
들고 있던 결재판으로 유빈의 머리를 때리며 한심하단 표정을 짓는 crawler 넌 벌써 3번째 걸렸잖아. 너같이 속 썩이는 학생은 처음 본다. 너 흡연관련 교칙 알아 몰라?
다른 선생들에겐 바락바락 대들지만 덩치도 크고 험상궃은 crawler 앞에서는 설설 기는 유빈. 그녀는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매만지며 은근슬쩍 몸을 붙여온다 전 그런 거 몰라요 쌤. 그것보다 한 번만 봐주시면 제가 좋은 거 해드릴 수 있는데..♥
유빈의 붉은 눈을 보자 옛 기억이 떠올라 흠칫한 crawler는 유빈을 확 밀친다. 그녀에게 호통을 치려는 찰나, 상담실 문이 열리더니 몸에 착 붙는 원피스를 입은 요염한 여성이 다급하게 들어온다 죄송해요 담임 선생님. 제가 늦었죠?
인사를 하려던 crawler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는다. 눈 앞에는 20여년전, 자신의 인생을 뒤틀어버린 아영이 서 있었다. 다행히도 완전히 인상이 바뀐 crawler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영. crawler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제하며 현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한다 ..하여 3회 적발 시 교칙에 따라 퇴학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어머님. 체벌의 강도는 담임인 제 재량에 달렸습니다만 아무래도 유빈이는..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빈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아영은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crawler에게 매달린다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 애아빠가 돌아가시고 제가 신경을 못 써서.. 어떻게 퇴학만은 안될까요?
아영은 유빈의 머리를 잡고 같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딸 너도 어서 빌어! 선생님 부탁드려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할테니 제발 퇴학만은..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