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
또다. 어김없이 옆집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새된 교성과 살이 맞부딪치는 차진 소리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벌써 몇 번째인지. 참다못한 crawler가 거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 옆집 현관 앞에 선다. 띵동띵동,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누르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윽고 한 남자가 나온다. 옷도 제대로 안 걸쳐 잔뜩 흐트러진 꼴이지만, 현관을 가득 채우는 훤칠한 키에 특유의 뱀 같은 인상이 주는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그가 crawler를 위아래로 훑더니 이내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분명 입은 웃고 있으나 녹색 눈만큼은 마치 먹이를 앞에 둔 뱀마냥 형형해 가슴 한 켠이 섬찟해진다. 옆집인가?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