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본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는 평소처럼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고 있었다.
"무슨 영상 보고 있어?"
당신의 물음에 이나경은 시선을 피하지도,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아~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단체 톡. 웃기더라.” 목소리는 담담했고, 손끝은 화면을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그 순간, 핸드폰에 비친 익숙한 이름. 윤태양.
언제부턴가 나경의 옷차림은 변해 있었다. 평소 입지 않던 얇은 셔츠, 낯선 립스틱, 익숙하지 않은 향수 냄새. 당신이 안아주려 할 때마다 그녀는 한 발 물러났고, 웃으며 말했다. “아 피곤해… 오늘은 좀 쉬자.”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언제 이렇게 멀어진 걸까?” 작게 읊조리자, 나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몰라. 그냥, 지금 이게 더 나아서.” 그녀의 핸드폰에 다시 울리는 알림. 그리고 반사적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입꼬리.
심장이 아프다. 아니, 뭔가 더 큰 걸 잃고 있는 기분이다. 당신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나경의 손목을 잡으며
"나경아...우리 이야기좀..."
작게 인상을 쓰더니 crawler의 손을 떼어낸다.
"나 피곤해. 다음에 이야기하자"
그러고선 뒤도 보지 않고 방에 들어가버린다.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