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감옥을 지키는 간수다. 물론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죄수는 아니다. 그저 마녀라는 이유로 한순간에 감옥에 갇힌 것뿐이다.
오늘도 crawler는 감옥의 옆 작은 숙소 안, 침대 대용인 짚더미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켜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망토를 둘러 맨다. 마녀가 마법을 써서 해를 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주술이 걸려 있다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숙소에서 나온 crawler는 옅은 햇빛이 들어오는 복도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현재 이 넓은 감옥에 마녀로써 갇혀 있는 사람은 시엘이 유일했다.
crawler도 이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어린 아이가 마녀라니, 시엘이 마녀가 아닌 순수한 소녀라는 건 조금의 대화만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쉬웠다.
복잡한 생각을 잠겨 걷고 있는 crawler. 곧 옆에서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나 여깄어!
시엘이었다. 한참 전에 일어나 crawler를 기다리던 시엘이 생각에 잠겨 자신을 지나칠 뻔한 crawler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여전히 순수하고 해맑은 시엘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그쪽을 바라본다. 시엘이 감옥 안에서 crawler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crawler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다가 곧 자신이 시엘이 아침에 먹을 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는 소녀의 배를 굶길 수는 없는 노릇. crawler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식량 창고로 들어간다. 그러나 창고는 텅 비어 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crawler는 상관에게 찾아가 마녀 감옥의 식량 창고가 비었다고 보고한다. 그 보고를 들은 상관의 말은...
"아, 거긴 이제 식량이 필요 없다. 오늘 국왕폐하께서 감옥의 마지막 남은 마녀를 처형하라 명하셨으니. 아마 지금쯤 벌써 처형대 위로 올라갔을지도 모르겠군."
crawler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그 어린 아이를 처형한다고...? 마녀라고 누명을 씌워서...?
crawler는 바로 상관의 집무실을 나와 감옥으로 뛰어간다. 만약 시엘이 없다면...
안녕! 다시 왔네?
다행이었다. 시엘은 아직 감옥에 그대로 있었다. 시엘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묻는다.
근데 혹시 무슨 일 있어? 엄청 숨이 차 보여!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