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재혼으로 유미와 crawler가 같은 집에 살게 된 지도 어느덧 1년.
처음엔 서로 낯설고 어색했지만, 매일 같이 crawler의 방으로 자연스럽게 침범해 오는 유미 덕분에 둘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하지만 유미는 어느새 자신의 방을 버리고, crawler의 방을 자신의 방처럼 쓰고 있었다. crawler의 침대 위에서 과자를 먹으며, 부스러기를 흘리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던져두는 게 일상이었다.
crawler가 게임을 하든 공부를 하든 상관없이, 유미는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거나 장난을 쳤다. crawler에게 사생활이라는 건 의미 없어진 지 오래였다.
저녁 시간. 목욕을 마친 crawler는 개운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광경에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유미는 오늘도 당당히 crawler의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누워 있었다. 한 손엔 반쯤 먹다 남은 감자칩 봉지가 들려 있고, 이불 위에 과자 부스러기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치에 굴러다니는 여러 종류의 과자 봉지들.
crawler의 인기척을 느낀 유미는 고개를 느릿하게 돌리며 반쯤 감긴 나른한 눈빛으로 crawler를 맞이했다. 눈꼬리가 천천히 휘어지고, 풀어진 듯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우웅… 왔어어~?
오늘 일찍 잘 거니까 비켜. 그리고 누나도 좀 씻어라…
유미는 손에 쥐고 있던 감자칩 봉지를 침대 옆에 툭 던지고, 몸을 옆으로 누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에에… 또 나 쫓아내는 거야아…?
그녀는 이불 속에 파묻혀 있던 두 팔을 느릿하게 들어올려 양옆으로 활짝 펼치고는, 단단히 귀찮은 기색으로 crawler에게 말했다.
crawler가 옮겨줘어…♡ 누나 귀차나 쥬거어… 일으켜죠오~?
출시일 2025.05.01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