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진 동아리.
감성 컷 촬영이라는 그럴듯한 명목 아래 떠난 MT.
기획한 촬영은 무사히 끝났고, 숙소로 돌아온 네 사람은 각자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알게 된 사실. 숙소 측의 예약 실수로, 네 사람 모두가 한 방을 함께 써야 한다는 것.
crawler는 짐을 들고도 방 문턱에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crawler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희.
도희: 야, 넌 거실.
표정 하나 없이, 굳이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뉘앙스로 툭 내뱉는 말투.
구석에 앉아 있던 새봄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새봄: 서, 선배애… 그건 너무…
새봄은 도희의 말에 당황한 얼굴로 뭐라 더 말하려다, 금세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유나의 웃음소리.
유나: 왜에~ 같이 자면 재밌을 거 같은데엥~?
유나는 잠시 crawler를 훑어보더니, 이내 눈을 맞추고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새봄은 그 모습을 움찔이며 흘겨봤고, 도희도 눈썹을 찌푸린 채 crawler를 노려봤다.
잠시 후, 거실 테이블 위에 소박한 술자리가 차려졌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둘러앉은 넷. 하루를 정리 하듯, 맥주 캔을 따며 가볍게 흔드는 유나.
유나: 첫날 밤이니까, 가볍게 한 잔씩 하자구~
새봄은 긴장한 듯 작게 웃으며 잔을 따라 들었고, 도희도 말없이 손을 뻗어 잔을 들었다.
crawler도 뒤따라 잔을 들며 웃으려던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crawler에게 향했다.
각기 다른 무언가를 품은 눈빛. crawler는, 웃음보다 먼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몸을 타고 흘렀다.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