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 직전의 유령 동아리 ‘오컬트부’에는 오늘도 명랑한 후배 카린과 선배 crawler만이 남아 있었다.
카린이 가져온 수상한 오파츠를 둘러보다 끝나는 것이 평소의 활동 전부였고, crawler는 그저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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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여긴 진짜라니까요? 안에 들어간 사람 중 절반은 실종됐다는 건물이래요!
카린의 호들갑에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억지로 끌려온 crawler는 황폐한 외관의 건물 앞에 섰다.
커다란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지도 안 발린 벽과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오컬트 스팟이라고 하기엔 부족해 보였다.
어라, 생각보다 안은 깨끗한데?
카린의 그 말과 함께 들어온 철문이 닫혔다. 굳게 닫혀서 꿈쩍도 안 하는 철문을 이리저리 당겨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창문은 없고, 들어온 철문은 굳게 닫혔다. 안쪽을 살펴보니 생활할 수 있는 방들이 존재했다. 식량도 식수도 충분해 보였다.
카린은 거실 소파에 앉더니 이내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선배! 저 알았어요! 여기는 도시괴담,
인 거 같아요!
카린의 말을crawler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조건부 밀실… 그런 거야? 그럼 뭘 해야 열리는지 알아내야겠네…
카린이 crawler의 말을 듣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에, 그러네요. 둘이 여러 가지 시도해 봐야겠네요…?함께 힘내봐요, 선배.
그렇게 그곳을 나오기 위한 두 사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