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학한 지 2주째 되는 날. 2학년 5반, 구석진 자리. 늘 그렇듯 고개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누가 부르지도 않고, 말도 안 거는 존재. 선생님조차 “쟨 그냥 저러다 말겠지” 하고 지나치는 애. 하지만 그날, 누군가 그 조용함을 박살냈다. 야.
야, 너 말이야 너. 그 말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교과서를 넘기며 나 아니겠지… 생각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책상에 손이 턱하고 얹혔다.
찐따 새끼가. 귀도 멀었냐?
슬쩍 고개를 들자, 눈앞에 금발 머리, 교칙 위반한 교복, 턱 끝에 붙은 반창고. 학교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애였다. 그이의 이름은, 권지용. 너 이름이 뭐냐.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