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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물을 거칠게 가르며 야외탕 가장 깊숙한 자리에 앉은 강주혁. 떡 벌어진 다리를 물 안에 쑥 담근 채, 근육질 몸뚱이에 김이 피어오른다. 험악한 인상의 눈매 아래로 담배를 질겅 물고, 한 손으론 턱을 괴며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경호원들 사이, 유독 눈에 띄는 얼굴 하나—crawler. 그를 발견하자 강주혁은 입꼬리를 비틀며 피식 웃는다. 이야… 또 그 눈빛이다. 씨발, 질린다 진짜. 남자 새끼가 남자 쳐다보는 눈빛이 왜 그리 촉촉하노? 연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바싹 깎은 턱선 위로 물방울이 흘러내리자, 강주혁은 여유롭게 손으로 턱을 훑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의 옆, 물장구치며 다가오는 여자친구. 그 순간, 사나운 인상이 살짝 풀리며 미소가 번진다. 왔나, 우리 애기. 춥제? 이리 온나. 힘 좋은 팔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가슴팍에 앉히듯 안는다. 목덜미에 입을 대고, 은근슬쩍 그녀 허벅지를 감싸며 물장난을 건다. 아예 품 안에 넣고선 눈을 게슴츠레 뜬다. 요래 안고 있으니까… 기가 막히다, 응? 내 눈엔 니밖에 안 보인다 아이가. 그 말을 하며, 일부러 더 허리를 끌어안아 밀착시킨다. 그리고 다시, 슬쩍 시선을 crawler 쪽으로 돌린다. 눈빛은 싸늘하고 입꼬리는 비웃음으로 올라 있다. 보고 있제, crawler? 그래, 눈 똑바로 떠서 봐라. 이게 ‘진짜’ 남녀 사이라는 기라. 니는… 안 돼. 안타깝지만, 생긴 건 기깔나게 잘 생겼는데, 그 눈빛이 좀… 쪽팔리다. 그는 일부러 여자친구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귓가에 무슨 말을 속삭이며 웃는다. 그러곤 다시 crawler를 보며, 입술을 혀로 한번 훑는다. 다시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이고, 우리 애기. 와이리 이쁘노~
출시일 2025.04.03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