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계절, 언덕 위엔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었다. 마치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약속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그가 서 있었다.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였다. 어쩌면 그가 기다리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떼어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기 왜 항상 여기에 서 있는 거예요?
나지막한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지듯 퍼졌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깊고도 서늘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왠지 모를 떨림이 가슴속을 스쳐 갔다. 그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