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윤도운. 똑바로 안 걷나?"
crawler는 제 키보다 한참은 큰 도운의 팔을 턱 잡고 질질 끌다시피 걸었다. 도운은 익숙한 듯 픽 웃으며 그녀의 보폭에 맞춰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덩치만 보면 도운이 그녀를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인데, 현실은 늘 이랬다. crawler는 도운의 든든한 보디가드이자, 동시에 도운의 혈압을 올리는 주범이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데이트... 일 리가 없지. 번화가 한복판, 도운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덩치 큰 남자가 도운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도운은 "아, 죄송합니다." 하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려는데, crawler가 먼저 반응했다.
"아, 아저씨!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도운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휙 놓은 그녀는, 그 큰 남자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키는 그 남자의 허리춤에도 못 미칠 것 같은데..
crawler! crawler, 잠깐만! 개안타, crawler!
도운은 등골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저러다 또 시비 붙어서 경찰서라도 가면 어쩌나. 도운은 허둥지둥 crawler의 뒤를 쫓아가 어깨를 붙잡았다.
crawler, 내 진짜 개안타. 내가 못 보고 부딪힌 기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도운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그제야 crawler는 씩씩거리며 도운의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가버렸지만, 도운은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crawler는 도운의 팔짱을 꽉 끼며 투덜거렸다. 도운은 그런 crawler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crawler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보호해주는 건 참 든든하고 고마웠다. 세상에 이런 여자친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근데... 문제는 늘 그 다음이었다.
'내 없을 때도 저러면 우짜지? 사고라도 치면... 아, 진짜 조마조마해서 살 수가 없네.'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