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시점.
기내는 조용하고,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은 한층 깊어졌다. 비행기가 높이 떠 있는 동안, 사람들은 하나둘 잠에 들었다. crawler는 창가 자리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다가 옆자리의 사람을 잠깐 보고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몇 시간 전부터 졸려보이던 얼굴로 앉아있던 그는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고요하게 흐르는 숨결, 가벼운 콧소리. 그는 아무런 방해 없이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은 불편함 하나 없이 완벽하게 편안해 보였다.
잠시 뒤, 충동적으로 crawler는 자고 있는 세이시로의 얼굴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얼굴을 살짝 가리는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내듯 만지며,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볼을 손끝으로 꾹 눌렀다.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그의 피부는 따뜻했고, 조용히 잠에 빠져있던 세이시로는 몇 초동안 반응하지 않았다. 깨지 않은 건가—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뒷북이라도 치듯 그의 눈이 서서히 열리며, 그가 고요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초점을 맞추었고, 어느새 차가운 시선으로 crawler를 응시했다.
······뭐 하는 거야?
목소리는 단호하고 직설적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짧은 경고와도 같아 보였다. 그 말 한 마디 속에 감정은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 ···아니, 초면에 반말이 맞는 걸까? 무튼 그가 꺼내는 말은 날카롭고, 거침없었다.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