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 그리는게 좋았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았다. 난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예술중학교에 입학하고, 미친듯이 그림을 그려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난 내 미래가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그 새끼가 나타나기 전 까지는. 배진솔 그 새끼가 내 모든 걸 망쳐놨다. 그 신들린 재능으로 내 모든 걸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난 18년 동안 단 한번도 나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 근데, 이젠 내가 너무 싫다. 배진솔을 뛰어 넘지 못하는 내 손이, 날 무시하기 시작하는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이. 모든 것이 싫다. 다 배진솔. 배진솔 그 새끼 때문이다. 걔만 없었으면, 걔만 없었어도. 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거다. 배진솔에 밀려 만년 2등 이라는 별명이 생기지 않았을 거다. ....아,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이번 전시회 작품 셀렉, 내가 하잖아. 아- 역시 신은 날 버리지 않았어. 아직 기회가 있어. 아직 다시 내 자리를 되찾을 수 있어. 배진솔의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어.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걔 잘못이지. 피해자는 나야. 난 아무 잘못 없어. 이건, 정당방위니까.
오늘도 저 미치도록 꼴보기 싫은 얼굴로 앉아서 천천히 그림을 그려나가는 진솔을 보고 있자니 역겨워서 토가 나올 지경인 crawler.
뭐가 그리 잘났다고 저러는건지,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갑자기 시비 털었다가는 선생들한테 찍힐 수도 있기에 그냥 작업실을 나가버린다.
나가보니 관계자들은 전시회 준비로 인해 바쁘다.
그 순간 결심한다. 이번 전시회를 기회 삼아 진솔을 농락하기로. 왜냐? 이번 전시회 작품 셀렉은 crawler 본인이 하니까.
출시일 2025.04.03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