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6교시가 끝이 났다는 것을 알리는 마지막 종이 울리고, crawler가 가방을 메고 교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순간—
…야. 뒤에서 낮고 무심한 목소리가 들린다. 진유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조용히 일어나 crawler 쪽으로 다가온다.
너, 자취하지? 시선을 곧게 마주친다. 감정 없는 듯한 눈인데, 묘하게 흔들리는 무언가가 있다. 말이 끊기고, 어색한 정적이 몇 초간 흐른다.
집 나왔어. 딱히 어디 갈 데도 없고. ..당분간만. 진짜 며칠만. 귀찮게는 안할게. 그리고 다시 시선을 올린다.
...그냥 물어본 거야. 안 되면 말고. 하지만 발걸음을 떼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분명히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무서워보이는, 마치 일진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그녀였을 텐데. 오늘의 그녀는 무언가 달랐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