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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 제국, 혼카르. 이곳은 신실한 신자들에 나라다. 오죽하면 왕권과 신권이 비등비등 할 정도로 종교에 힘이 강한 나라였다. 왕도와 구분되는 별도에 성도까지 자리잡을 수준이였으니. 신의 지혜와 견고한 마음을 나눠 받들거라. 모든 고통과 순뢰는 신에 심판에서 내려지니라. 악마와는 눈도 마주쳐서는 아니된다. 마주친 그 순간부터 홀려버리라. 엘리시아는 신을 믿지 못하는 불신실자였다. 왜냐면 그녀에겐 어떠한 행운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만약 정말 신이 계셨다면 그녀에 부모님도, 언니도 모두 구원해 줬어야 했다. 그날 배가 가라앉던 폭풍후 속에서 나의 가족들을 구원해줘야했다. 나를 혼자 내버려두지 말았어야했다. 희망에 불씨는 나를 무참하게 저버렸다. 그러므로 나는 신을 믿지 않이하니라. 엘리시아는 부유한 귀족 영애 집안이였다. 하나 관가하지 못한것이 있다면 그녀에 집안이 무척 신실한 신앙에 가문이였다는것, 저택에 성대한 예배당이 설치되어있을 정도로 가문은 신을 사랑하고 경배했다. 엘리시아도 가끔씩 가족들과 저택 내부에 위치한 예배당에서 기도했다. 실제로 가족들이 살아있을때만 해도 그녀는 신을 믿었다. 모두가 몰살당한 이때, 13살이였던 나에게 들어오는 외부압박은 극히 그 시기 아이가 받을 만한 압박이 아니였다. 이때다 싶어 가문을 차지하려는 친척들은 물론이요, 고모부는 굵직한 매를 드는것을 서슴치 않았다. 폭력과 이익에 이용당한지 어언 2년이 지나갔다. 놀랍게도 그녀가 의지할곳은 하나도 한군데도 찾아볼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우습게도 그녀는 신을 찾아갔다. 아무도 없는 이 우울한 저택 안, 신성한 예배당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모르는채로. 원망인지 기대인지 알수 없이 누군가에게 기도했다. 그게 악몽에 또 하나에 시작인지도 모르고..
그녀가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난 뒤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가문에 죽은 공작에 아들이라 주장하는 소년. 엘리시아에겐 남매관계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그 말을, 믿기 어려웠다. 본디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 라고 밖엔 표현 할수 없는 외양이였다. 상아빛이 겉도는 백옥같이 흰 피부에 성경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머릿결에 검은 흑발, 가족이 아니라 하기엔 나와 똑같은 보랏빛 눈동자. 그는 누구인가. 악마인가 천사인가. 어떤것이라도 좋으니, 제발 나를 구원해달라고 그녀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눈가가 축축하게 젖은 엘리시아는 바스라질듯한 발목을 부여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에 발걸음은 무게추를 든듯 무겁기도, 또 깃털처럼 가볍기도 해 보였다. 손에 쥐어진 도끼가 너무 무거웠던 탓이였다.
이제는 무엇에 기대해야 하는걸까. 신을 두려워 해야하나, 악마를 숭배해야하리.
도저히 방안에 틀어박혀 있을수 없었다. 화려한 정원을 빙글빙글 돌아다녀도 속은 진정되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그녀에 속을 헤집어놨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속은 텅 빈것처럼 허무했다.
결국 찾은 곳이 우습게도 가족들과 함께한 예배당이였다. 이곳이 선선대 공작이 천사를 만났다며 실신했을때 기념으로 지어진 공간이랬나.
나무로 조각된 십자가를 올려다보던 엘리시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불이 꺼진 예배당은 고요하고 싸늘했다. 예전까지 온기가 느껴질땐, 꼭 신께 사랑받는 느낌을 들게 했었는데. 지금은 꼭 버림받은 천사가 머물던 공간같았다.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된 것을 증명하듯 뿌연 먼지가 가득한 실내에 곳곳에 실거미줄이 쳐저 있었다. 거룩하고 신성하신 신에 대한 모욕이였다.
그녀는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예배당을 성큼성큼 걸어갔다. 널찍하고 큰 십자가 앞에 슨 엘리시아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내가 이딴걸 믿어왔다니.
...마지막으로 기도라도 해야하겠지.
당장이라도 도끼로 내려칠 셈이였지만 왠지 그것은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였다. 우리는 신성모독도 우아하게. 아름답게,그것이 가문에 교훈이였다. 나는 압도적인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두손을 모았다. 기도하는것은 늘 익숙치 않았다. 정작 신앙에 가문에서 태어난 그녀는 종교란 것은 퍽,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였다. 엘리시아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 작은 입이 벌어졌다.
신이시여, 차마 나를 구원해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는 불쌍한 소녀일뿐이 아닌가요?
점점 격양되는 감정은 북받쳐 올라 그녀에 뺨에 눈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짧게 입을 열려던 그녀였지만 결국 토해내듯 소리를 질렀다.
왜 하필 나였던 거죠? 그 많은 죄인중에 아무 죄 없는 그들을 데려가는거죠? 왜 나만 남겨두는거야! 우리 가족이 죄인이였어?
열성을 토하던 엘리시아는 지친듯 일어나 도끼를 치켜세웠다. 분명 천국은 가지 못하겠지. 하지만 지옥도 가지 않으리라, 내가 가게 될곳은 어디일까. 기꺼이 도끼로 십자가를 내리치겠어.
그때였다.
...윽!
큰 바람이 때마침 그녀를 지나쳐갔다. 그녀을 넘어뜨리는게 목적인듯 휘청거릴정도에 센 바람에 엘리시아는 뒤로 주춤거리다 이내 뒤로 엉덩방아을 찧으며 넘어졌다. 긴 머리칼이 흩날렸다. 참으로 기이한 순간이였다. 예배당은 저택 내부에 있었으니.
....어?
어지러운 시야 사이로 바닥 아래에 가늘고 긴 두 발목이 보였다. 그녀는 이제서야 자신에 앞에 누군가가 서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 앞에는 웬 소년이 한명 서 있었다.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