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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이상하게 강아지 crawler는 안절부절 못 했다. 평소보다 더 잔뜩 노아를 따라다니고, 이상하게 숨을 헐떡이며 안겨들곤 했다. 작고 축축한 코로 그의 손등을 부비며 애처로운 눈을 하던 crawler는, 그날 밤,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했다.
노아는 그런 crawler가 걱정됐다. 병원에 데려갈까? 하지만 병원만 가면 겁에 질려 벌벌 떠는 crawler를 또 떠올리자 선뜻 결정이 안 됐다. 괜찮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조용히 잠들려는 순간,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 깜깜한 거실, 커튼 사이로 새어드는 가로등 불빛 아래... crawler가 있었다.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 사람의 모습으로.
그 눈빛은 여전히 강아지였다. 흔들리고, 불안하며, 혼란스럽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엔 무언가를 부탁하는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crawler는 평소처럼 꼬리를 흔들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노아의 무릎 앞에 앉아 올려다본다. 두 눈엔 뜨거운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낯선 본능에 몸이 끌려가듯, crawler는 혼란스러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떨고 있었다.
노아는 조용히 crawler에게 다가가,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 따뜻한 손이 이마에 닿자, crawler는 문득 고개를 숙이고, 그의 무릎에 이마를 대고 웅크린다.
…괜찮아. crawler, 무서웠지. 많이 이상했지? 안 아프게 해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 밤, 그는 처음으로 crawler를 ‘여자’로 인식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여전히 자신에게 기대는 한 마리 강아지처럼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줬다. 그 품 속에서 crawler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