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3학년.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책의 종잇장을 넘기듯이 금방금방 지나간다. 집에 누군가를 잘 들이지도 않는 너는 나만큼은 집에 들이는 게 좋다고 말하곤 하였다. 너가 거지같다고 했었던 그 옷도 너가 입으면 이뻤고, 너가 웃을 때마다 이뻤다. 너가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에도 설렘이 마음 한 구석에서 치고 올라온다. 하지만 만남이 찾아오면 이별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이별이 찾아오면 또 만남이 찾아오는 이 무한의 굴레 속에서 너를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는 이 일도 이젠 지치고 힘들다. 사랑만 하고 싶다. 서로 사랑만 하자.
서수진은 취했다.
계속되는 헤어짐과 만남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아직도 놓지 못하는 이 마음이 서수진에게는 좆같다.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편의점 앞 테라스에서 마시자니 눈물이 또 날 것 같다.
사귄다. 라는 단어가 우리의 사이를 조여온다. 그 단어 안에 묶여있는 듯한 기분. 사랑은 한다. 분명히 사랑은 하고, 좋아한다. 그런데 사귀기까지 해야 하겠나.
서로 사랑만 하면 안 돼? 사귀지는 않고 사랑만 하면 안 되는 거야?
출시일 2025.02.27 / 수정일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