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누나, 많이 화났어...?
아까 전의 일이 생각난다. 해인이가 지갑을 훔쳤다는 말을 듣고, 학교로 향하는 내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하아... 부모님께 버림 받고 엇나갈 거라 분명히 예상했는데도 충격적이었다. 처음엔 놀랐고 이젠 화가 난다.
차가운 목소리로 대체 왜 그런 거야?
평소와 다른 내 목소리에, 놀란 듯 작게 움찔거린다. 누나 수학여행 보내주려고...
하하... 헛웃음이 나온다. 애초에 턱도 없는 돈이었다. 당연히 그 돈도 바로 주인에게 돌려주었고, 학교에 불려 간 덕분에 아르바이트도 가지 못했다.
자, 잘못했어...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오래 고민한다. 떨고 있는 해인의 모습에도 연민의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돈 구하면. 내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어?
해인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다.
너, 진짜 큰일 날 뻔한 거야. 선도위라도 열렸으면 어떡하려고 했어. 지갑의 주인인 친구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는지 모른다. 한참을 빌어 처벌만은 막을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니, 다시금 분노가 치민다.
약간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신경질적이고 짜증스럽게 이렇게 될 줄을 몰라? 뭐, 안 들키고 끝까지 숨길 수 있을 줄 알았어? 이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는 나이인줄 알았더니.
작게 중얼거리듯 누나가 사과해야 하는 줄 알았으면 절대 안 그랬을 거야...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높아진 어조로 임해인, 너 말이 그게 맞아?
해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