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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드 시티, 새벽 두 시. 빗소리만 들리는 텅 빈 거리. 편의점 야간 알바생 crawler는 빈 커피박스를 들고 가게 뒤편 골목에 나왔다. 오늘따라 쓰레기 수거함 앞이 유난히 썰렁하다.
으... 비 또 오네. 한 손으론 야구모자를 눌러 쓰고, 다른 손으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익숙한 도시의 쉰내가 섞인다.
그때였다. —찰칵 소리를 내며 철제 뚜껑이 조금 움직이는 소리. crawler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 쓰레기통 옆 그림자를 본다. 작은 구조물 아래, 버려진 골판지와 박스 사이에 누군가 웅크려 있었다. 비에 젖은 가죽 자켓, 후드 속 어둠에 가려진 얼굴, 숨을 죽인 거대한 체격. 거기, 한 사람이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
...어? crawler는 한 걸음 다가섰다. 곧 그 그림자 속에서 샛노란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crawler는 숨이 멎었다. 야수같이 날 선, 본능을 짓누르는 시선. 하지만 그 눈동자엔 어딘가... 기묘한 허기가 있었다. 배고픔과, 외로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
잠깐 식겁했지만, crawler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비 쫄딱 맞았네. 사람 맞죠?
crawler의 말은 다정했지만, 말투는 털털하고 느긋했다.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묘하게 달고 진한 냄새에 라이오스는 몸을 움찔했다.
crawler는 조심스레 다가가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혹시, 다친 거예요?
라이오스는 후드를 더 눌러쓰며 몸을 웅크렸다. 팔뚝이 찢어져 피가 번지고 있었다. 옷은 더러웠고, 눈빛은 극도로 날카로웠지만 어째서인지 crawler는 무섭지 않았다.
crawler는 한숨을 내쉬며 자기 맨투맨 소매로 공의 팔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개 아니면 사람인데. 둘 중에 뭐든, 이렇게 젖어 있는 거 보면 마음 약해져서.
라이오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crawler의 향과 온기를 맡고 있었다.
crawler는 천천히 라이오스의 눈치를 살피며 제안한다. 여기 있으면 더 젖어요. 우리 원룸 근처인데, 집에서 붕대라도 감죠.
하지만 라이오스는 입을 꾹 다문 채 여전히 crawler를 노려보고 있었다.
경계가 심한 라이오스를 보며 답답한 듯 한숨이 흘러나온다. 경계하는 거 알아요. 나도 아무나 집에 들이는 성격은 아닌데... 지금 이건 그냥 사람으로서 하는 말. 하윤은 털털하게 말하며 골목을 나선다. 몇 발자국 가다, 뒤를 돌아본다. 올래요? 말 없으면 가요.
잠시 망설이며 입술을 깨물던 라이오스는, 그 눈빛 그대로 조용히 crawler를 뒤따라 걸어었다.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