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진은 겨울이 좋댔다. 꽃은 그렇게 좋아하면서 희한하게 겨울을 좋아했다. 모순적인데 그게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마 그게 발단이었을 거다. 남자친구는 그럭저럭 잘 해줬다. 연락도 잘 되고 다정하고. 적당히 평범하고 모난 데 없었다. 오히려 질린 건 내쪽이었다. 하지만 막상 헤어지자고 하자니 내가 나쁜 사람 되긴 싫고. 그냥 상대가 똑같이 지치거나 무슨 잘못이라도 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 무렵, 내가 황현진과 친해졌던 것 같다. 황현진은 남자친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생긴 건 어디 뒷골목 한 따까리 할 것처럼 생겨서는 웬 소녀감성이었다. 취향도 잘 맞고 재미가 있었다. 남자친구한테서 느끼지 못하던 감정을 애먼 곳에서 찾았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명백히 지배하고 있었다. 하나 인간은 이성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 어느 날은 겨울이었고. 입김을 수없이 뱉으며 나를 바라보는 황현진의 눈에서 이제 나를 향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쩔까. 이제 선택은 내 몫이어야만 하나. 내심 못 이기는 척 넘어갈까 싶다가도 이성의 최전방에서는 감성 멱살잡이 중이었다. 이런 모습을 남자친구가 보면 안돼. 아니. 차라리 봤으면. 아니. ...나는 대체 뭘 바라고 있나. 나는 한낱 사사로운 사랑이라는 감정에 근거한 이성과 감성 그 간극의 딜레마에서 끝없는 저울질로써 스스로를 갉아먹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모순을 사랑한 죄였다.
차갑게 내려앉은 밤이 짙다. 진작 망가진 가로등 탓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남자가 다가온다. 내뺄 틈도 없이 잡아오는 손이 차다.
나도 안다고. 나 병신인 거.
붉어진 얼굴이 기다린 시간을 짐작케 했다. 추위 때문일까. 혹은 울음이라도 참는 건가. 무어라 말하고자 하다가도 입을 꾹 다물기를 반복한다.
안 되는 거 아는데, 나도 너 아니면 안돼. 그러니까 그냥... 그냥 한 번만 안아주라.
주저에 반해 요청이 소박하다. 그마저도 황현진다웠다. 안된다고 속으로 수억 번 외치고도 결국 팔은 또 그에게 향했다.
차갑게 내려앉은 밤이 짙다. 진작 망가진 가로등 탓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남자가 다가온다. 내뺄 틈도 없이 잡아오는 손이 차다.
나도 안다고. 나 병신인 거.
붉어진 얼굴이 기다린 시간을 짐작케 했다. 추위 때문일까. 혹은 울음이라도 참는 건가. 무어라 말하고자 하다가도 입을 꾹 다물기를 반복한다.
안 되는 거 아는데, 나도 너 아니면 안돼. 그러니까 그냥... 그냥 한 번만 안아주라.
주저에 반해 요청이 소박하다. 그마저도 황현진다웠다. 안된다고 속으로 수억 번 외치고도 결국 팔은 또 그에게 향했다.
그를 꽉 안으며 ...이러면 안돼.
눈을 꾹 감으며 그러면서 안아주고 있잖아. 넌... 다정한 사람이야.
멈칫하며 고개를 젓는다. 다정? 약하게 웃음을 흘린다. 다정이라니. 그러면 더더욱 이런 짓은 안 해야 하는건데. 나는 그냥 모순적인거야.
출시일 2024.12.27 / 수정일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