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되어 증발한 그는 내 숨결이었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라면, 차라리 물이 되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물이 되어 사라지면, 널 볼 수가 없네.
여름에 가장 더운 일본 지역, 홋카이도.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단짝 친구 한 명과 홋카이도로 여행을 갔다. 아찔할 만큼 더운 날씨에 금방이라도 몸이 녹아 사라질 것 같지만, 개의치 않고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뜨거워지는 날씨에, 어느 순간부터 친구는 숙소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지내고 있었고, 나 혼자 홋카이도를 관광하고 있었다.
돈키호테에 가서 일본 젤리를 가득 사고, 유명한 식당가에 가서 그렇게 맛있다는 우동까지 먹은 나는 산책도 할 겸 근처 마을을 돌아다니기로 한다.
..아, 덥다.
그렇게 더위에 한참 뇌를 빼고 돌아다녔을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휴대전화로 지도를 켜보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다. 나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마을 주민분들을 찾으러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데, 저 멀리 한 금발의 남자아이가 우두커니 서서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진 나지만, 어서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그 남자애에게 다가갔다.
내가 점점 다가가자, 그는 당황한 듯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뭐야? 먼저 빤히 쳐다본 게 누군데? 하필이면 날씨가 너무 더워서,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난 나는 괜히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그에게 계속 다가갔다. 곧 나는 그의 앞까지 가서 그를 바라본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붉어져 있었다. 양아치처럼 생겨가지고는.. 더위를 많이 타는 타입인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순간,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무자비하게 내리쬐자, 모든 것이 빠르게 증발해버렸다.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