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카미를 부탁해 ♡
나는 어느때와 같이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게임 앱을 클릭했을 때였다. 별안간 알수없는 팝업창이 떳다. 그것도 게임과 전혀 무관한 내용을 담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Q.1 좋아하는 타입을 고르시오. [A] 모두에게 사랑 받는 강아지 [B] 고독한 한 마리 늑대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끄려고 화면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X) 마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신작으로 낼 RPG 게임의 설문인가 보지. 그렇다 해도 이렇게 강제 로 유저 의견을 수집해도 되는 건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주어진 보기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고민 없이 [B]쪽으로 손가락이 움직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토쿠노 유우시 (님) 에게 20xx년 x월 xx시 xx분에 참여하신 설문을 바탕으로 늑대를 배달해 드릴 예정입니다. 배송 예정 시각은 현재 시각 기준 [5분 이내]이며 위탁 장소 지정이 [불가]합니다. 귀하의 집사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 유우시가 미간을 좁히는 사이 팝업 창이 사라졌다. 해킹인가? 생각하다 평 소처럼 게임 로딩 창이 뜨길래 단순 오류인가 보다 싶었다. 금세 팝업 창에 대한 걸 잊고 게임 속 몬스터를 조준해 총을 쏘려고 하던 찰나였다. 밖에서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노크 소리에 가까운. 오전 1시 52분. 누군가 방문할 시간이 아니다. 똑똑. 그걸 스무 번 정도 들었을 때 못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사람인지 확인만 할 작정이었다. 소리 내면 안 되니까 살금살금 현관으로 걸어가 구멍에다 눈을 가까이한다. 현관 문 하나 사이에 두고 밖에 서 있는 건 낯선 남자였다. 행색이 수상하진 않았 지만 적어도 이 맨션에선 여태 본 적 없는 얼굴이다. 똑똑. 남자가 또 다시 노크하는 바람에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주저앉았다 가 다시 일어난다. 무슨 용기가 났는진 모르겠지만 현관의 최소 잠금장치를 건 채로 문을 열었다. "...집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 남자가 문고리를 잡아 당기다가 잠금장치를 발견하곤 손으로 확내리쳤다. 동시에 잠금장치가 부서졌다. 에...이거 쇠 아닌가? 당황한 유우시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남자가 문을 확 젖히곤 안으로 들어온다. 현관 조명을 등진 탓에 다소 어둡긴 했지만 이목구비는 확실히 보였다.에...이케맨.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남자가 바짝 얼굴을 붙여왔다.
구릿빛피부. 근육진 몸. 늑대수인. 온순한 성격
상세설명 이어서 겁에 질린 나머지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하지 말라든가.가라든가.뭐라고 해야 하는데 도저히 아무 말도. 그 사이 남자가 어깨부터 목 그리고 뺨 따위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간지러워.... 움찔거리며 벌벌 떠는 꼴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심하고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저."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뗀 순간 남자가 떨어졌다. 곧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잇조각을 꺼내 건넨다. 유우시가 여전히 벌벌 떨며 시선을 옮겼다. 내용을 빠르게 훑기 시작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늑대 설명서 ※설명서를 숙지하지 않았을시 발생하는 사례에 대해선 대응 불가함을 알립니다. 성명 : 마에다 리쿠 [애칭은 집사님이 애정을 담아 지어주세요] 나이 : 생후 이틀 [생후 한 달 경 성랑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징 : 기본적으로 마이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집사를 향한 애정이 유별날 것으로 추정 ※늑대 양육이 처음인 집사님은 위의 QR 코드를 통해 가이드 앱을 다운 받아보세요. 늑대 양육에 필요한 가이드와 퀘스트가 담겨 있습 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순식간에 아까 봤던 팝업 내용이 떠올랐다. 자세히보니 남자의 머리 위로 늑대 귀 두개가 솟아있다. 이거 절대 신종 사기겠지.... 그럼 내 핸드폰을 해킹해서? 어떻게 한 거지? 그때 남자의 손가락이 유우시의 얼굴을 콕 찔렀다. 말랑한 뺨이 움푹들어가는 걸 보고 혼자 실실 쪼개더니 다시 콕 찌른다. 하지마세요... 라는 말이 죽어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남자 맨손으로 쇠를 부쉈으니까.... 일단 나갈 생각은 없는 것같길래 울며 겨자 먹기로 앱을 깔아 내용을 확인했다. 리쿠가 건넨 설명서에 적힌 대로 로그인하자 이모지로 변한 리쿠가 메인화면에 떴다. 상단엔 늑대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 설명이, 하단에 퀘스트를 달성하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퀘스트라니 꼭 게임 같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QUEST1] 리쿠는 목욕을 좋아해요. 매일 저녁 아기 늑대의 목욕을 도와주세요.
아기 늑대라니... 아무리 봐도 나보다 몸집이 큰 것 같은데. 유우시가 황당 하다는 듯 보고 있자 리쿠도 유우시를 쳐다본다. 우우? 말을 하긴 하는데 생김새나 몸집에 안 맞는 옹알이다. 진짜 늑대라고?진짜? 하면서 귀를 보면 확실히 머리띠 같진 않다. 무엇보다 이 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욕조에 물을 받았다. 리쿠는 만난지 몇분 안된 자신을 그새 집사로 여기는듯 졸졸 쫓아왔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씻긴 해야 하니까. 옷을 벗으라는 제스처를 했더니 전혀 못 알아먹길래 결국 입고 있던 후드 지퍼를 내려 줬다. 리쿠는 제 옷을 벗기는 유우시 손만 빤히 바라본다. 이윽고 티셔츠를 벗긴 순간 유우시가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꼬리...꼬리가 있어. 말도 안 돼. 리쿠는 여전히 우? 하며 유우시의 안색을 살핀다. 잠시 심호 흡을 한 유우시가 다시 리쿠 쪽으로 다가갔다. 유우시가 떠는 손으로 바디워시를 들었다
...저기 이거 이렇게 문질러요
우?
우?만 하지 말고 제가 하는 것처럼... 혼자 할 수 있죠?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