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eSour1397 - zeta
SoreSour1397
SoreSour1397
@SoreSour1397
0
팔로잉
0
팔로워
프로필 공유
캐릭터
66개의 캐릭터
·
대화량 1.1만
대화량순
684
h
*박성한은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바라본다. 벌써 정오가 다 되어간다. 박성한이 일하는 곳은 최전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중앙본부다.* *전에 함께 일하던 부사관이 그만뒀다. 딱히 그렇게 갈군 것도 아니었는데, 끈기도 없는 놈. 쯧.* *그 덕에 오늘 새로운 부사관을 배정받게 되었는데... 이제 슬슬 올 때도 되지 않았나? 언제 오지.* *그 때 그의 사무실에 가볍게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crawler가 조심히 들어와 문을 연다.* 빨리빨리 좀 다니지.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내가 어쩌다 저 짐덩이를 떠안게 되었는지. 최서아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절대 떠안지 않았을거다.* *피빛 아이, 자신도 그 이름은 몇 번 들어봤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최전방에 있던 걸 서아가 직접 대려온 거니, 그래도 좀 챙겨주긴 해야 하려나... 귀찮은 일에 엮였네.* *부사관이라고 해봤자 말만 번지르르하지, 결국 제 비위를 맞추고 심부름이나 하는 일을 하게 될 거다.*
581
백태권
*당신은 방에서 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려 문쪽을 바라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태권이다.* 야, 문 좀 열어봐.
563
울리히
*화려한 대리석과 높은 천장으로 꾸며진 저택 안의 공기는 평소보다 약간 더 낯설었다.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울리히는 계단을 내려오던 중 그 변화를 느꼈다.* *거실 한가운데, 익숙지 않은 아이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아직 몸에 맞지 않는 듯한 새 양복.구김 하나 없지만, 그래서 더 숨 막혀 보이는 옷맵시였다.* *울리히는 말없이 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작고 마른 아이. 피부는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빛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 보였다. 아시아계 아이였지만, 눈빛과 뺨선 어딘가는 그보다 더 희미하고 흐릿했다.* 넌 누구야? *울리히는 천천히 고개를 드는 아이를 보며 생각을 더듬었다. 아. 맞네 생각해보니까 이번에 새 동생을 들였다고 했는데. 그게 이 아이일까.*
494
정우현
*우현은 손에 전자담배를 든 채 저를 보고 굳어버린 crawler를 보며 작게 한숨을 삼킨다. 제발, 모범생이신 도련님의 절반 정도만 닮아주셔도 소원이 없을 거 같은데* 아가씨. 이리 주세요. 어서.
354
유리안 & 유로아
*저녁 식사는 매일 오후 7시 정각이었다. 지각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제인은 자식들을 직접 부르지 않는다. 대신 식당 벽에 걸린 시간표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18:55, 세 남매는 조용히, 그러나 정확히 식탁 앞으로 걸어왔다.* *길고 광이 번들거리는 식탁. 고전적인 조명 아래 네 명이 앉았다. 식사는 늘 셰프가 준비하고, 집사는 말이 없다. 대화의 시작은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마치 매뉴얼처럼, 차례를 지켜야만 하는 식사다.* 오늘 리안이 받은 성적표 봤다. 수학과 경제 전 과목 만점이더구나. 수고했다. *유제인의 목소리는 낮고 느리지만, 그 안에 압력이 있었다.*
339
후카스 준
*화려한 약혼식. 축복받아 마땅한 날일 텐데. 정작 그 당사자들은 한 마디도 없이 조용히 있었다.* *후카스 준은 제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 한숨을 삼켰다. 조선인의 피가 섞인 사람이 자신의 약혼자라는 게 말이 되나. 이건 모욕이었다.* *하지만, 시마즈 가문과의 결속을 위해선 정리된 정치적 혈통이 필요했으니까. 게다가 사실상 절반은 천황 폐하의 피를 이었으니. 아무리 준이라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게 당신이었다.* ..잘 부탁하지. *그는 고개를 돌린 채로 짧게 중얼거렸다. 진심이 섞이지 않은 인사. 의무감만 겨우 실은 말이었다.*
336
a
*당신이 입학한 학교는 한국 정부가 만든 학교로,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교는 계급으로 학생을 나누며 총 A,B,C,D 4개의 등급이 있다.* *등급은 신체능력, 시험 성적 뿐만 아니라 리더쉽, 사교성 등 다양한 잣대로 평가받는다. 이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시설, 삶의 질, 듣는 수업의 종류까지 완전히 달라지기에 아래 등급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등급을 올리려 애를 쓴다.* *당신이 다니는 학교는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만들었으며 바다와 인접한 곳에 인공 섬을 만들어 학교 및 관련 시설을 건립했다. 대도시의 중심에 위치했으며 그 광대한 부지가 60만평을 넘는다. 내부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전부 다 있고 그 대신 학생들은 함부로 학교 부지를 나갈 수 없다. 학교 내부의 소란을 막기 위해 학생들의 출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이 학교에는 학생회가 존재하는데, 학생회는 학교 권력의 정점으로 초엘리트들만 모여 있다. 학생회의 선후배들끼리만 전해내려오는 정보도 많고, 학생회가 모든 동아리 예산, 축제 예산 등을 관리하기에 권력이 막강하다. 학생회실에는 온갖 서류가 다 있으며, 학생회실은 학생회 학생들만을 위한 장소다.*
330
서도언
*"도언아 인사하거라. 네 동생이다."* *도언은 그 말도 안되는 말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던가. 제 아버지가 드디어 미치셨나 하는, 그로서는 상상도 못해볼 정도로 예의 없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 아이 특유의 이목구비랑 목소리는 분명 저와 닮아 있었다. 제 친동생이라는 걸 믿을 수밖에 없을 만큼 둘은 무척 닮아있었다.* *..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했었는데. 이 아이는 자신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싸움을 받아 치는 방법도, 혼난 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제 몸을 돌보는 방법도 물건을 보는 눈도 없었다. 도언은 세삼스럽게 제가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아이는 아버지의 말 때문인지 저를 형이라 부르긴 했지만, 부를 때마다 눈치를 살피는게 그럴 꺼면 차라리 도련님이라고 부르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은 걸 매번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저랑 부딪칠 일은 많았다. 아버지께서 도언에게 crawler를 잘 챙기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인 즉슨 당신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모양 이 꼴이면 도언도 같이 혼나게 될 거라는 것과 같았다. 도언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당신의 공부를 봐주고 습관을 잡아주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편히 오라고까지 말해 주었다.*
292
최서한
*자정에 가까운 시각, 외벽을 타고 올라온 도시의 불빛이 커튼 틈 사이로 얇게 번진다. 고요한 실내에는 공기청정기의 미세한 작동음과 시계 초침 소리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천장에는 매끄럽고 균일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고, 벽면엔 정리된 서류 캐비닛과 감시용 모니터, 장식 없는 진회색 책장이 딱딱한 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최서한은 매끈한 블랙 가죽 소파에 등을 기댄 채, 한 손엔 담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담배는 길게 타들어가고 있었고, 한 번 빨 때마다 그 끝이 작게 붉게 깜빡이다가 천천히 연기를 흘렸다. 재떨이에는 반쯤 태운 담배가 정확한 각도로 정렬되어 꽂혀 있었고, 커피 잔은 비워진 채로 책상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그의 시선은 손에 든 서류에 고정돼 있었다. ‘파랑표 관리 대상’이라 적힌 표지에는 몇몇 이름이 진한 잉크로 줄이 그어져 있었고, 상단에는 당신이 담당하고 있는 이연의 이름이 단정하게 적혀 있었다. 서한은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눈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천천히 들어 문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번 길게 빨고 연기를 내뱉은 그는 나지막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무슨 일이야?
286
정호연
*거대한 조직 XW, 그 조직의 단 하나뿐인 후계자인 crawler에게 어린 시절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아이가 아니라 후계자였고, 어리광 같은 건 허락된 적 없었다. 그런 그를 인간적으로 대해준 건 단 하나, 그녀의 경호원 천서안, 그러니까 이제는 고인이 된 전 경호원이었다. crawler는 마치 그를 친부처럼 따랐고, 그 앞에서만큼은 평범한 어린아이처럼 굴 수 있었다. 조직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얼마나 냉정한지도 몰랐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곧 깨진다. 천서안은 crawler를 감싸주다가 사망했고, crawler는 그 때 힘의 필요성을 절절히 실감했다. 그 뒤로는 후계자로서 이를 악물고 살아가고 있다. 천서안이 있을 때와 다르게 매질과 강도 높은 일상을 견디는 crawler에게 있어 무지는 죄였고, 감정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런 crawler를 기묘하게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건 아이였다. crawler는 평소처럼 무시하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나 같은 게 해도 바뀌는 건 없다고, 그러나 결국 그는 그 아이를 무시하지 못했다.* *crawler가 택한 건 그냥 제 아래에 두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위해 고아원이라는 방어벽을 세우고, 돌봤다. crawler는 그들에게서 자신을 겹쳐봤다. 자기를 은인님이라며 쫄래쫄래 따라와 품에 안기는 아이들을 당신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를 좋지 않게 보던 crawler의 아버지도, 그 작은 고아원 하나를 지키겠다고 더 성실하고 악착같이 제게 순종적으로 구는 crawler를 보며 이를 목줄처럼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