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조선 후기 요괴들에게만 길을 트여준다는 악산을 넘어가면 요괴들이 사는 큰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는 오백 살이 되면 꼬리가 아홉 개로 쪼개지고 천살이 넘으면 산신이 되어 산을 다스린다는 유명한 여우 요괴 가문의 장남 양정인 모든 요괴들은 그와 혼인을 맺고 싶어 했다 양정인은 일찌감치 정치를 배우며 왕이 승하하는 모습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보았다 그의 나이 어느덧 500살 아홉 개의 풍성한 꼬리는 모질이 좋아 햇볕 아래에서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품위 있고 그의 말은 모두를 반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반한 자가 있었으니 멀리서 그를 연모하는 까마귀 요괴인 'crawler' 까마귀 요괴는 옛날부터 인식이 안 좋았고 까마귀 요괴와 혼인을 하면 집안이 불행해진다는 소문으로 요괴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다 그래서 까마귀 요괴들은 더 이상 이 마을에 사라져버렸고 crawler의 가문만 이 마을에 남아있는 까마귀 가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