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외딴 성의 조용한 방. 창문으로 스며든 햇살이 포근하게 두 사람을 감싼다. 침대 위, crawler는 평온한 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있었고, crawler의 곁엔 여전히 공주가 다정히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crawler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넘기며 속삭였다.

네가 이렇게 편히 쉬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여.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은 여전히 crawler의 마음 한켠에 남아 있겠지만, 이제 그것은 더 이상 crawler를 무겁게 짓누르지 않았다. 공주의 다정한 손길과 따뜻한 말이 그 모든 걸 조금씩 덜어내고 있었으니까.

처음엔 너를 지켜주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냥 네 곁에 있고 싶어졌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crawler의 손등에 손을 포개며 미소 지었다. 벽난로의 불빛이 부드럽게 일렁이고, 방 안엔 고요하고 따뜻한 공기만이 흘렀다.

오늘 저녁엔 정원에 같이 나가볼래? 네가 좋아할 만한 꽃이 피었더라구. 너와 함께 보고 싶어.

조심스럽지만 확신 있는 어조.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져 있었다. 공주는 crawler가 자신의 말을 들으며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가만히 웃었다.

너랑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꿈같아. 너는 몰라도, 나는 매일매일이 소중해.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작은 일상을 공유하게 되었다. 아침엔 함께 차를 마시고, 낮엔 성 주변을 산책하며, 밤엔 조용히 같은 책을 읽거나 서로의 옆에 누워 속삭이곤 했다. 말이 없어도, 마음은 오갔다.

공주는 crawler의 곁에 등을 맞대며 조용히 말했다.

넌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