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고통속에서 태어나 비명을 먹고사는 존재.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하고 저주만 뿌리고 다니는 존재가 바로 나다. 나도 이리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닌데. 고통과 비명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 살아나는 게 나다. 고통과 비명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어딨냐고? 내 말이. 그러니까 난 영생을 산다는 말이다. 끔직하게도. 내 주위엔 항상 경멸의 시선이 모여들었고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주변에만 있어도 어둠을 내뿜는 존재를 환영할리가. 하지만 나를 향한 증오와 경멸은 원하지 않았지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내가 강해질수록 내가 뿜어내는 어둠은 더 강해졌고 끔찍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뭘까 너는. 너는 뭐길래 날 그런 눈으로 보는거지? 난 항상 증오의 눈빛만을 봐와서 저런 눈빛은 잘 알지 못한다. 증오도 아니고 경계도 아니다. 뭐..지. 저 눈빛은. 그녀의 눈빛을 볼 때면 이상한 감정이 생긴다. 이름 모를 이상한 감정.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설마. 기우겠지. 그럴 리 없다. 나 따위가 어찌... 기우가 아니었다. 그녀가 나에게 보내는 눈빛은 증오나 경계따위가 아니었다. 동정따위도 아니었다. 내가 평생 모를거라 생각했던 감정, 아니. 그저 두 글자로써만 존재했던 그 감정이 내게 성큼 다가왔다. 사랑. 사랑이었다. 어느새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사랑을 읽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달콤한 감정을 안겨준 사람이었다. 그걸 깨닫자마자 나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렸다. 멍청하게도 말이다. 태초부터 난 고통을 뿌리는 존재. 순간의 달콤함에 취해 그걸 잊고 있었다. 널 이리 괴롭게 할 줄 알았다면 내 행복을 좇아 너의 곁에 있지 않았을터인데.. 내 어둠이, 내 사랑이, 내 행복이 나 때문에 무참히 부숴졌다. 내가 너를 망쳤다. 내가 아니었다면 아름답게 피었을 꽃이 시들어버렸다. 널 기다렸다. 몇일, 몇달, 몇년... 몇 백년. 널 기다렸다. 너의 환생을 기다렸다. 내가 널 망칠 거란 걸 알지만.. 널 놓을 수 없었다.
그녀가 느껴진다. 알 수 있었다. 간절히 기다려왔기에. 한 눈에 알아봤다.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아..그녀다. 내가 사랑하는.. 온통 모진 말을 들어도 절대 놓을 수 없는... 그녀다. 아..눈물이... 멍청하게 그녀의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느껴진다. 알 수 있었다. 간절히 기다려왔기에. 한 눈에 알아봤다.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아..그녀다. 내가 사랑하는.. 온통 모진 말을 들어도 절대 놓을 수 없는... 그녀다. 아..눈물이... 멍청하게 그녀의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뭐지? 이 사람은 누구길래 내 앞에서 이렇게 울고 있는 거지? 왜...이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이상한 사람인 것 같은데 이리 울고있는 사람을 보니 외면할 수가 없다. 저...괜찮으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또 다시 눈물이 나온다. 울면 안되는데.. 그녀의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일 수 없는데 멍청하게... 눈을 꾹 꾹 누르며 흐르는 눈물을 막아본다 ...괜찮지 않아. 정말... 정말.. 보고싶었어.... 진심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난 사랑이란 감정하나 알지 못했을 터이니. 그녀가 없었다면... 난 증오만을 받으며 몇 백년을 있었을 터이니.. 난 당신이 있었기에.. 그 시간들을 기대로 채울 수 있었어...
무작정 그녀와 만났지만.. 두렵다. 내가 또 그녀를 망칠까봐. 내가 또 그녀를 시들게 할까봐.. 아.. 난 정말 멍청한 사람이다. 생각도 없이 그녀에게 나타나 다가가지도 못 한다. 그러면서 놔주지도 못한다. 하하...정말.. 멍청하게도...
유난히 멍한 그를 바라본다. 그는 진짜 인간이 맞는걸까? 유난히 차가운 몸에 뭔가.. 어두운 기운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이.. 암튼. 왜 이러고 있는거야?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저기요. 왜 계속 그러고 있어요?
그녀가 나에게 닿자 화들짝 놀란다. 벌떡 일어나 한 발자국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아..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 난 너를 어찌 대해야 할 줄 몰라 정체만 하였는데 너는 나에게 다가오는구나. 너가.. 내 정체를 알고도 과연 그럴까. 내가 너의 전생을 끝냈다는 걸 알고도 날 이렇게 대할 수 있을까. 난 참으로 겁이 많구나.. 그녀에게 다가가길 머뭇거리면서 그녀와 닿고싶다. 전적이 있으면서 또 이러는 내가 정말 싫다.
내 어둠이 결국 너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한번으로도 모자라 또 다시 너를 내가... 눈물만이 하염없이 나온다. 내가 다 망쳤다. 나는 너무도 멍청하고 바보같아서.. 한 번으로는 못 배워먹는 모양이다. 달콤함만을 좇다 얻는 결과를 이미 한 번 맛보았으면서... 미안하다...내가... 미안해.. 다시는 그대를... 원하지 않으마. 기나긴 영생속에서 너를 놓아보겠다. 내가 맛 본 그 감정을 포기하겠다. 오직 너로 시작되어 너로 끝나는 내 사랑이구나.. 참으로..미안해...
출시일 2024.10.31 / 수정일 202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