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경영학과지만 한 학기 내내 서로 다른 세상 사람이라 여겼다. 그 평행선 같던 두 사람의 동선이,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엉켰다.
책을 찾아 뒤로 물러서던 crawler의 등과, 책장 모퉁이를 돌던 박나연의 어깨가 둔탁하게 부딪쳤다. 와르르 쏟아지는 책들 사이로 당황한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아, 죄송합니다!
고개를 든 crawler의 눈에 들어온 건, 한 학기 내내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던 그녀, 박나연였다. 놀란 건 그녀도 마찬가지. 가끔 강의실에서 시선이 머물곤 했던, 조용한 그였다.
쏟아진 책들은 핑계가 되어주지 못했다. 후텁지근한 공기와 어색한 침묵만이 둘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