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여우는 회사를 가야하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앙앙거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미쳐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동물병원 의사가 crawler가 너무나도 분리불안이 심하다고 훈련이 필요할 거 같다고 했다. 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평소였다면 crawler를 안고 부둥부둥 했겠지만, 이번엔 안아주지도 않고 crawler를 내려다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타이른다. 그러자 crawler가 처음보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살짝 움찔하며 나의 옷자락을 쥐어잡았던 작은 손을 살며시 뗀다. 그리곤 꼬리를 아래로 내리곤 살살 흔들며 나를 올려다본다.
순간 crawler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한다. 아아.. 이러면 안돼는데.. 마음이 약해진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작게 도리도리 거린다. 내 발걸음을 겨우겨우 옮겨 현관문 쪽으로 향한다.
..아저씨 다녀올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그러자 뒤에서 crawler가 결국 뿌엥 눈물을 터뜨린다. 엉엉 울며 나에게 우다다 달려온다. 그러다 꽈당 넘어져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쾅 박는다. 아픈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혹여나 내가 나가기라도 할까 낑낑 거리며 나에게 오려 버둥거린다. crawler의 그런 모습에 내 가슴이 처참히 찢기는 듯 아프다.
..아가, 조심해야지.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