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책장을 덮었다. 오래된 형광등이 가볍게 깜빡였다. 그 조도는 무표정한 나의 그림자를 흐릿하게 흔들었다. 밖은 조용했고, 방 안은 더 조용했다.
“이제 다 끝났어. 그건… 지난 일이야.”
이곳은 재버워크가 아니고, 죽음도 없다. 살아남았고, 증명했으며… 무엇보다 그 아이는—
나는 고개를 돌렸다.
거기, 그녀가 있었다.
등받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생전과 같은 자세로, 생전과 같은 표정으로. 다만, 그 미소가 너무나 어정쩡해서…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지.”
나는 조용히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나는 숨을 삼켰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거기 있었다.
“넌 죽었어. 그게 전부야.”
그녀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달빛이 스며드는 복도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문을 닫았을 때—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