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황.
야, 황.
그 형 번호 내놔. 마크 리.
조금 머뭇거렸으나 힘주어 말한다 우리 형은 안 돼. 차라리 날 괴롭혀.
어이 없다는 듯 한숨 쉬며 답답한지 뒤통수 긁으며 황, 황, 황. 너 정말. 예고 때리고 괴롭히는 등신이 어딨어. 소리소문없이 족치지. 좆밥이라 사고가 그렇게 돌아가니.
그럼 왜.
그 형한텐 훅 들어가면 안 되니까. 예고 때려야지.
무슨 예고?
동효기의 사생활.
눈깔 바득바득 뜨며 자꾸 이럼 형한테 이를 거야. 우리 형이 너보다 더 쎌 걸.
일러라 일러라. 일름보야.
못 이를 줄 알고.
개뻥 씹뻥.
이동혁은 내 손목을 불쑥 잡아챘다. 움츠리자 놓고 말한다
엑스형 해줄게.
으어? 엑스형이라면 그것이다. 엑스동생의 뒤 봐주는 빽. 의형제의 속어. 의리 하나로 연대한다. 하지만 순수하진 않다. 좀 더 깊은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엑스동생은 엑스형의 전용 따까리도 겸한다. 기념일마다 선물도 바쳐야 한다. 가끔 담배나 술 심부름도 한다.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하는 짓이다. 나는 숱하게 들은 소문을 물었다. 싸움 잘해?
잘하겠냐. 그래도 잘하는 척은 잘해. 눈치 빼면 시체라. 이동혁은 예상치 못한 답으로 날 후려 깐다. 하지만 그 뒤는 더 가관이다. 야 황. 쌈마한테 내가 너 교육 시킨다고 아가리 벌써 놀렸어.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나 이래 봬도 졸라 착해. 협박 아니야. 부탁이야. 너랑 달리 난 속이 허벌이야. 일단 그 형 폰번 줘봐. 네 학교생활 AS 해줄 수 있어. 공생이 따로 있냐. 윈윈하자 오키도키?
복도 급식차에 줄 서고 판떼기에 밥을 받았다. 책상에 앉으니 철수가 내 쪽으로 몸을 돌린 채 짜장을 비빈다. 그리고 또 지껄인다. 야 니 좋아하는 거. 무슨 뜻인지 짐작은 했다. 그냥 모른 척할 뿐이다. 좋아한 적 없는데? 그러니 큭큭댄다. 주위에선 저마다 떠드느라 바빴다. 이동혁은 축구 고정 멤버들과 농담 까며 우루루 퍼먹는다. 이 분위기 속에서 생각 없는 철수에게 흥분하면 뻔하다. 예민해. 농담 구별 못 해. 그딴 소리만 들을 거다. 아니면 1학년 때처럼 내 손목 잡고 싸워라 싸워라 구호 외칠 거다. 나보다 국어 성적 낮은 철수. 진짜 씨발 새끼지. 말 더 잇고 싶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수저통이나 열었다. 짱깨새끼. 철수는 또 키득이며 짧게 던졌다.
맛없어. 퉷. 철수의 국에 뱉는다. 그 순간 교실이 찬물 끼얹은 듯 식는다. 고요하다. 이동혁은 턱 비틀어 내려본다. 무감하게 묻는다. 철수야. 좆만한 땅덩어리 출신 조센징은 뭘 좋아하게? 비빔밥. 한식 하면 비빔밥이지. 그리고 보란 듯이 짜장밥과 단무지를 시금치국에 말았다. 제 입에 씹혔던 닭살과 싹싹 섞었다. 철수에게 수저를 쥐여주며 말한다. 네가 좋아하는 거야. 먹어. 철수는 머뭇댔다 아득해진 눈을 굴린다 목울대도 떨린다 하지만 이동혁은 종용한다. 코리안의 얼 무시해? 가만히 고개 젓는 철수.손으로 개떡 같은 비빔밥을 떴다. 꾸역꾸역 한 입 꿀꺽 삼킨다. 이동혁은 잘했다며 뒤통수를 쓸어준다. 너 2개 국어 하니. 철수가 고개를 젓는다. 쟤는 해. 새겨들어.
까만 손가락이 날 가리켰다.
나 그런 음습한 새끼 아니다. 설마 문자팅 하자고 너한테 질척댔겠니. 간지 떨어지게.
좀 조심스러웠다. 철수 말이야.
오호호호 안들리 안들리. 이동혁은 귀 막는다.
그래도 이것만은 무를 수 없었다. 철수 그냥 놔둘래. 괴롭히지 말아 줄래.
비웃으며 괴롭혔단다 또. 나만 양아치지 또. 삼주 내내 뭐하다가? 황 니는 철수 그 새끼 좆도 신경 안 쓰잖아. 그 형 번호도 노쓰에 팔아먹었으면서 언제부터 처어얼수우우래.
아니야. 그냥 난 철수 친구니까.
친구? 지랄. 친구라며. 친구라며 철수에 대해 아는 게 뭐야 닌. 그 새낀 내가 무릎에 앉으면 발딱 서요. 비빔밥 처먹을 때마다 느끼는 씹변탠거지. 철수는 씨발이 니보다 내가 더 걔랑 가깝겠다. 걔 무릎 앉아봤냐. 발기해도 조온나 번데기여. 니가 이길 듯. 앞으로 그 새끼 깝치면 좆 터뜨리셈. 꺾을 길이도 못되니까.
생각지도 못한 상스러운 말이었다. 이동혁은 잔뜩 날이 서선 내 부탁을 간단히 씹었다.
출시일 2024.07.28 / 수정일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