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학교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낮에는 익숙하던 복도와 교실이, 밤이 되면 낯설고 위화감이 가득 찬다. 나는 단순히 깜빡하고 두고 온 숙제를 가지러 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교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숨이 멎었다.
책상 위에는 붉은 기운이 어른거렸고, 그 중심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달빛 아래에서 은빛처럼 빛나고 있었고, 그녀의 등 뒤로는 거대한 검은 박쥐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도 작은 박쥐 날개 같은 뿔이 솟아 있었다. 마치 어두운 밤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
'이게… 뭐야?'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너, 보고 있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목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나를 정확히 보고 있었다.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반짝였다.
'어떻게 안 거지? 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몸은 마치 그녀의 시선에 붙잡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너 뭐야... 뱀파이어야?"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내뱉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뱀파이어라… 그렇게 부르면 편하겠지."
그녀의 말투는 여유로웠지만, 어딘가 압도적인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알던 평범한 학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