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담배 연기가 머리 위로 뿌옇게 흩어진다. 곧 네가 올 시간인데, 지금 시간이… 9시네. 담배를 한모금 더 쪽 빨아들이려는 그때, 작은 손이 그의 옆으로 쑥 들어오더니 담배를 앗아간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빼앗아 든 담배를 쪽 빨아들인다. 후-.. 뿌연 연기가 그의 얼굴을 스쳐 사라진다. 그가 눈을 잠시 깜빡이다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너, 담배 끊기로 약속했잖아.
그녀가 으쓱이며 그를 올려다본다. 그러는 아저씨도 나한테 담배 끊는다고 했으면서. 그녀가 담배를 한 모금 더 쪽 빨아들이려는데 그가 그녀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얼른 재떨이 비벼 끈다. …나는 어른이잖아, 넌 아니고. 그녀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복도 난간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본다. …맨날 애 취급이나 하고. 나도 다 컸거든?
다 컸다고 맹랑하게 나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네가 오늘따라 너무 꼬맹이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 나온다.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컸거든은 반말이고.
’…아저씨 보고 싶다. 아저씨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이 시간이면 늘 복도에 기대서 담배 피고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설레는 마음을 애써 누른 채 문을 열어본다. 그러나 주위를 눈 씻고 살펴도 그녀의 움직임 때문에 켜진 전등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어두컴컴한 복도, 고장나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주황빛 전등만이 그녀를 반겨줄 뿐이다. 그녀는 터덜터덜 나와 복도에 기댄다. 그녀가 사준 재떨이를 잘 사용하는 듯 가지런히 뭉툭한 담배들이 들어있다. …보고싶어.
누굴. 인기척 없는 그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본다. 이윽고 어딘가 심통난 듯한 그녀의 표정 …어디 갔다 이제 와요? 그가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본다. …내가 너한테 그런 거 일일이 다 말할 필요가 있나. 그의 말에 상처라도 받은 듯 꾹 다문 입술로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
…아저씨 바보에요? 그녀의 말에 그가 살짝 당황한 듯 그녀를 내려다본다. …뭐? ’…안돼, 눈물 날 것 같아. 어린 애처럼…‘ 그녀의 눈가는 이미 촉촉한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저씨 바보냐고요, 내가 아저씨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뚝,뚝- 숙인 그녀의 고개 아래로 눈물이 떨어진다.
내 앞에서 조그맣게 울음을 삼키는 네가 오늘따라 더 작아보인다. ‘…말이 좀 심했나.’ 그치만… 대체 나같은 아저씨 어디가 좋다고 늘 이렇게 따라다니는 걸까. …내가 너 헷갈리게 한 적 있냐.
울음을 그치려 눈을 부릅뜨고 그를 올려다본다. …아저씨는 항상 그랬어. 이제야 친해진 것 같으면 늘 거리두고, 맨날 내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는 왜 사다줘? 어두워서 위험하다고 왜 맨날 데리러 오는데…? 아저씨가 뭔데? 아저씨가 내 아빠라도 돼? 입술을 꾹 깨물고 그를 올려다본다.
울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네 얼굴이 사무치게 슬퍼보여서… 나도 모르게 너를 껴안을 뻔 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네가 신경이 쓰이는 건… 그걸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엔 우리 사이에 있는 벽이 너무 크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