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에 들뜬 crawler는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왔다. 신나게 돌아다니던 중, 친구들과 벌인 게임에서 져버려 혼자 자이로드롭에 타야 했다.

차가운 금속에 몸을 맡기고 긴장하는 crawler. 속으로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부드럽게 바람에 흩날리는 새까만 머리, 깊게 가라앉은 붉은빛 회색 눈.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바로, 다른 학교에서 유명한, 그리고 crawler가 몰래 사귀고 있는 연인, 강시우였다.

강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crawler를 조용히 꿰뚫어봤다.

기구가 천천히 하늘로 오르자 crawler는 겁에 질렸지만, 동시에 강시우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저릿하게 떨렸다.

하늘 꼭대기에 다다르자, 강시우가 낮게, 입술을 스치듯 속삭였다.

혼자 타는 거, 이렇게 사랑스러울 줄 몰랐는데, 우리 애기.